등기 쳐봤냐라는 말의 의미80

저도 폭락이 신념을 굳게 가진적이 있었고

서울 30년 넘은 썩다리가 6억넘어가서 세상이 미쳤다 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죠

그땐 부동산 관련 사람들은 악한 세력의 투기꾼이라고 내맘대로 정의했었죠

보통 유주택자들이 무주택폭락론자를 비하할때 

등기 쳐봤냐라고 하는데 이 말에 참 많은 의미가 있더군요.

보통 집을 사기 위해선 자기의 모든 가용자산을 운용하게 됩니다.

예를들면 연봉 6천 직장인이 월 400씩 받고 300을 저금한다 치면

이사람은 연에 4천만원 조금 안되게 모으겠죠

연에 4천만원 모으는 이사람이 돈을 모아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부모증여, 전세금, 현금까지 해서 6억짜리 집을 사려고 합니다.

6억 뿐 아니라, 취득세 + 이사비 + 법무사 + 복비 +인테리어 + 가전가구 등등 

전부 계산 해보고 자금운용 계획과 이주계획을 짜야됩니다.

실제로는 15년이상 모아야 되는...

본인이 생각한 본인의 그릇보다 훨씬 큰 수량을 다루게 되죠

여기서 등기를 치기까지 수많은 공포에 마주합니다.

매물 나온거 못사면 매물이 천만원 더 올라가는거 아닐지

부동산에서 호구잡혀서 그지역 최고의 악성매물 내가 받는건 아닐지

계약금 쏘기전에 집주인이 마음바껴서 매물 가격 올리면 어떻게 될지

집값이 1억이 떨어지면 2년반동안 무상노동한거 아닌가

대출 승인이 안나거나 한도가 내가 예상한 것만큼 안나오면 어떻게 될지

지금 살고있는 전세/월세집이 제때 안빠져서 잔금마련에 부족함이 있지는 않은지

정부규제가 추가로 들어와서 대출액이 떨어지지 않을지, 세금이 올라가지 않을지

자금조달 계획서는 어떻게 써야 세무조사가 들어오면 어떡하지 등등

이거 외에도 훨씬 많은거 같은데 바로 생각나는것만 여기까지 써보고요

이 걱정으로 잠못자는 경험도 하게 됩니다

게다가 급매물은 내가 잡기가 상당히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입주일, 자금운용계획 전부 맞춰야 하는데 

어디 보증금 들어가있으면 무조건 못잡는다고 보면 됩니다.

어쩌다가 급매 잡을 기회가 생겼는데 OTP 안가져와서 GG치는 경우도 봤네요

우리는 접근하기 힘든 급매 매물은 

여유로운 현금 부자가 그냥 장바구니 쇼핑하듯 담아갑니다(...)

또한 임장 다니면서 상당히 냉정한 부동산 가격평가에 대해 배우게 되죠.

싼건 싼 이유가 있다는 것?

똑같은 중층이지만 어디는 햇볕이 잘 들고, 어디는 잘 안들고

왕복 2차로 거리 두고 비슷한 평수, 용적률 아파트 가격이 상당히 차이가 나는 이유 등 

네이버 부동산과 네이버 맵으로는 알 수 없는 경험이겠죠

자신의 모든 자금운용 능력과 모든 고민과 공포, 경험을 겪고난 후

치게 되는게 등기더군요.

그냥 아무의미없이 "폭락이" "폭등이" 수준의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등기쳐본 사람이 부동산 관련해서는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느꼈네요.

그사람이 하락론자든 상승론자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