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가치란 무엇일까요1

블라에서 집 매매한사람이 자신의 가족이 겪었던

집이란 가치에 대해 두서없이 쓴글이 있어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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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주간 서울경기 엄청나게 임장 다니고, 인터넷 검색하고, 블라형들한테 막 연락해서 물어보고 진짜 정신없는 시간이었어

블라형들 아는것도 많고 참 나이스하더라

갑자기 연락해서 막 물어보는데 대답도 잘해줌

심지어 어떤 형은 나 부동산에서 계약할까말까 갈팡질팡하고 있을때 실시간 상담도 해줌 ㅋㅋ

덕분에 첫 집을 샀어. 고마워 형들!

영끌 of 영끌이라 이걸 내집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결심을 하고 퇴근 후 계약을 하러 운전해서 가고 있는데 갑자기 부모님 생각이 났어

우리집은 나 초딩때까지 중랑구 주택(방 두개에 주방 하나, 화장실은 집 밖 공용화장실)에서 살다가, 운이 좋아서 1기 신도시 임대 아파트로 들어갔어

엄청 좋더라고.. 손바닥만하지만 내방이라는 것도 처음 생겼고, 화장실도 집안에 있고 ㅋㅋㅋㅋ

부모님은 일을 참 열심히 하셨어. 너무 열심히 하셨어. 다른 것을 전혀 모르셨어. 재테크나 주식, 부동산 아무것도 모르셨어.

나는 그 아파트에서 자랐어. 아파트로 이사 온 직후에 부모님 형편이 좀 나아졌는지, 어린이날 선물같은 것도 처음으로 받아봤어.

몇 년 살고 있는데, 갑자기 imf가 터지더라고? 아버지는 실직을 했고, 돈이 필요해서 차를 팔아야 했어. 우리 가족의 발이 되어주던 1새대 아반떼는 그렇게 우리를 떠나갔지 ㅋㅋ

그래도 우리한테는 집이 있었어. 우리 가족을 지켜줄 집이.

아버지는 늘 입버릇처럼 "따뜻한 집이 있는게 어디냐"라는 말씀을 하셨고, 큰아버지가 우리집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빌려달라거나, 아버지 친구의 사업 제안(우리집을 담보 제공하자는 제안) 등등을 물리치면서 아파트를 지켜오셨고, 그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셨지.

우리집은 24평이었는데, 참 좁았어 ㅋㅋ 요즘 24평은 정말 넓더라. 암튼, 네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살았지. 다들 키도 덩치도 크다보니 인구밀도가 매우 높았지 ㅋㅋ

아버지한테 맞기라도 하는 날엔 도망갈 곳도 없었음 ㅋㅋㅋ 집이 너무 좁아서 ㅋㅋㅋ

어머니는 늘 30평대 아파트를 꿈꾸셨어. 입버릇처럼 30평대 아파트를 말씀하곤 하셨지.

어머니도 아버지 못지않게 참 열심히 사셨어. 육남매 중 첫째인데, 동생들 공부시켜야 해서 중학교 대신 공장을 가셔야 했지. 외할머니 붙잡고 "나도 중학교 가고 싶다"고 울고불고 했다는 말을 들었을땐 눈물이 나더라.

그렇게 어머니는 삼십년 넘게 쉬지 않고 일하셨어. 이정도면 수도권에 30평대 아파트 좀 욕심내도 괜찮지 않아?? ㅋㅋ

그렇게 우리는 그 24평 집에서 20년을 넘게 살았고, 그 집을 팔고 다른 집으로 간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없었어.

그러다가 부모님이 큰 마음을 먹고 우리집을 파셨어. 집 판 돈에다가 그간 모은 귀여운 돈에 대출까지 조금 받아서 꿈에 그리던 30평대 아파트를 구입하셨지.

새로 산 집은 참... 부동산 고수 형들이 알면 뒷목잡을 입지야 ㅋㅋ

암튼 부모님은 드디어 생애 첫 30평대 아파트를 마련하셨는데, 어머니가 너무 행복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 ㅎㅎ

30평대 넓긴 넓더라. 비록 지하철 타려면 차타고 이십분 가야하지만..

이때쯤 되니까 어머니께선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기 시작했어 ㅋㅋ

뭐지? 왜 우리집만 값이 안 오르지? 누구네는 얼마 올라서 집 팔고 어디로 갔다는데..

사실 저 30평대로 이사하기 전에, 형이랑 나는 당시 막 조성되기 시작하던 동탄으로 가자고 했어. 당시 동탄 아파트가 3억대였던거 같은데... 부모님은 절대 반대였지. 거기 뭐가 있냐며 ㅋㅋ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잖아? 이번에는 30평대 아파트의 위치가 아쉬우셨나봐. 그럴만도 하지 중심가 가려면 버스타고 한참 나가야 하니...

그렇게 몇년을 살다가 집을 다시 팔았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더라고. 뭔가 폭락이 올 것 같았어. 집값이 내릴 거 같아서, 일단 30평대 전세로 들어갔지

어머니는 시무룩해지셨어. 이 나이가 되도록 내 집이 없구나 라는 생각이었던거 같아. 집에 애착을 갖지 않으시는게 눈에 보이더라. 이 집은 이래서 별로야 저래서 별로야.. 라며

2년의 전세가 끝나가는데(2019. 7.) 웬걸, 주변 아파트 가격이 미친듯이 오른거지. 2년전이면 살 수 있었던 아파트들을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었어.

형이랑 나는 "그냥 담보대출 끼고 집 사자. 그 집 깔고 앉아서 살면 되잖냐. 이자내면서 살자"고 했지. 하지만 부모님은 빚지면 큰일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었기때문에 대출은 반대였어.

전세 만기는 다가오고, 어머니는 점점 더 우울해지셨지. 내 집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 서글프셨던거 같아.

결국 값이 크게 오르지 않은 30평대 아파트를 사기로 했고, 내가 돈을 조금 빌려드렸어.

값이 오르지 않은 아파트는 이유가 있겠지? 우리는 다시 중심가로부터 멀어졌어. 집에 가는길에 언덕도 좀 올라야 하고.. 그래도 아파트는 잘 지어서 깔끔해 ㅎㅎ

당시 4억 조금 넘게 주고 샀는데, 최근 부동산이 얼마나 불장이었는지, 저 집도 조금은 오르긴 오르더라 ㅋㅋ

우리가 가졌던 집 중에 처음으로 값이 오른 케이스였어 내 기억엔... 어머니가 실거래가를 보고 너무 좋아하시더라고 ㅋㅋ

지금 부모님의 전재산은 우리 집 한채야. 집은 몇 번 바뀌었지만.. 우리 집은 부모님의 거의 모든 것이고 우리 가족의 역사야.

계약하러 가는 길에 지나간 시간이 머릿속에서 흘러가면서, 나도 모르게 훌쩍거렸지 뭐야 ㅋㅋ

그렇게 꾸역꾸역 첫 집을 샀어. 너무 영끌로 사서 전세 몇바퀴 돌때까지는 집에 못 들어갈거 같아. ㅋㅋ 그래도 꼭 들어가고 싶네.

집값이 오를지 떨어질지 모르겠어. 하지만 그냥 묻어두고 지내려고.

집이라는게 무슨 의미일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밤중에 두서없는 글을 썼네.

갑자기너무졸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