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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읽었던 책들은 달동네가 단골 소재였습니다.
판잣집에서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던 철수네 가족, 폐지 줍던 옆집 할머니, 부모 없이 공장을 다니며 동생들 학비를 벌던 누나 등
대충 사회적 약자인 마을 사람들이 개발논리에 밀려 눈물을 머금고 쫓겨난다는 내용.
원래 싸게 살던 집인데 쥐꼬리 만한 보상을 받은들 도대체 어디가서 살아라는 거죠?
그런데 철수네 가족이 쫓겨나지 않는 정의로운 사회였다면 옥수동, 봉천동 아파트는 영영 올라가지 못했을까요?
꼭 달동네를 밀지 않더라도 평지에 아파트들, 하다못해 20-30년 된 빌라도 오래된 집들을 허물고 지어진 것입니다.
그곳에 세들어 살던 사람들은 같은 금액으로 생활하기 위해 도시 외각으로 밀려났겠죠.
정의를 지켜야 했을지, 그게 정의가 맞긴 한건지는 지금의 저로서는 판단이 안됩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발전하는 도시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는 거죠.
헌 것을 새 것으로 바꾸면 가치가 올라갑니다.
헌 것을 싸게 누리던 사람은 새 것을 비싸게 누리고 싶은 사람에게 양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파트를 새로 지으면 가격이 올라갑니다.
정부, 특히 서울시는 싫어해서 이를 막죠.
그런데 사람들은 헌 것을 싫어합니다.
집 주변 전봇대에 쌓이는 쓰레기, 동네에 술주정하는 할아버지, 잡동사니가 놓여진 아파트 복도,
냄새나는 도랑 하수구, 지하철이 먼 언덕배기 집, 버스타고 초중교 등교, 가로등 없는 골목길,
국화/장미/황금마차 등 수상한 간판을 단 가게, 친구집 가는 길에 지나쳤던 공장, 거지 같은 옛날 집구조,
절대 안 고치는 주변 시설물, 아파트 주차장에서 축구하다가 다른 차 백미러 부수기 등
어릴 때는 별 생각없이 or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며 살던 요소들인데,
어른이 된 지금은 할 수만 있다면 피하려고 합니다.
사람들의 마인드는 '할 수만 있다면' -> '돈을 더 주고서라도' -> '돈을 빌려서 더 주고서라도'로 점점 바뀌었습니다.
돈이 있다면 "이 아파트가 왜 15억이야? 미친 세상이네"가 아니라,
"비싼건 맞지만 난 돈 좀 쓰더라도 여기서 살고 싶다"라고 생각을 하는거죠.
위에서는 주택보급이 충분하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하는데...
사람들이 원하는 수준의 주택은 언제나 불충분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옛집이 없어지고 새집이 생겨납니다.
그 원동력은 사회정의가 아닙니다.
바로 욕망입니다.
이윤을 원하는 개발업자의 욕망과 더 좋은 곳에 살고 싶은 소비자의 욕망의 콜라보입니다.
80-90년대 아파트를 지었던 건설사들은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마음으로 일했을까요?
청년주택을 짓는 시공사는 청년을 위한 사명감으로 지을까요, 건설 불황에 돈 벌 기회가 생겨서 지을까요?
녹물, 바퀴벌레 나오는 집에서 몸테크 하는 가족과 경기 외곽 신축 대형평수로 이사간 가족의 욕망은 본질적으로 같지 않을까요?
원래 좋았던 것을 비슷한 수준으로 다시 만들면 가격이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헌 것을 새 것으로 만들면 비싸집니다.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발전의 당연한 순환고리이자 욕망의 발현인데 이걸 막아서 어쩌자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단칸방에서 신혼생활하는게 비일비재 했던 나잇대라서 감을 완전히 잃어버린 걸까요?
덕분에 피해는 고스란히 가붕개 세대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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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나서 제기 못할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계층은 임대등으로 구제가 되곤 했습니다.
지금은 밀려나서 자리잡기엔 계층구조라고 할만큼 집값이 너무나 넘사벽으로 갈라졌고 극심한 계층분화의 주요 원인을 만든게 현 정부죠.
노력해서 집사던 시대는 가고 이제 있는사람만 집살수 있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슬프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