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파탄 지경이다. “기필코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전세난에 뾰족한 단기대책 없다" (홍남기), “내년에 공급이 적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김현미)는 정책책임자들의 실토가 이어지고 있다. 도대체 대통령은 무슨 근거로 그렇게 변함없이 큰 소리 쳤는지 궁금하다. 번번이 '양치기 대통령'이 되고 있다.
실거래가 사이트와 네이버 부동산에 들어가보니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도 전세매물은 0인 곳이 대부분이고, 내가 사는 지역 같은 경우 전세 거래가격이 임대차 2법 이전 보다 40~50% 가량 폭등한 것 같다. 부르는게 값이 되었다. 문제는 이같은 전세난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임대차 2법에 따른 임대인들의 전세 기피에 따라 앞으로도 전세매물을 기대하기 어렵고, 임대사업자 등록말소 정책으로 전세매물은 계속 줄어들게 되어 있다. 이런 점이 조심스러워 당초 정부에서도 임대차 2법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했던 것 같은데,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이 밀어붙이면서 함께 단독 강행처리라는 순장의 길을 택한 셈이다. 그때 박주민, 신동근 의원 등등이 앞장서서 임대차 3법 통과만이 살 길이라고 외쳤던 것 같은데, 이쯤되면 민주당 의원들은 입법실패를 인정하고 사과도 하고 법률개정안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아무리 잘못한게 있어도 결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의 정치적 DNA는 결코 그러한 태도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3+3'으로 가자는 입법발의를 해서 실소를 자아냈다. 약자들을 보호한다는 대의만 있었지,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에는 무지한 선무당 같은 정치인들이, 집값은 못잡고 결국은 약자들을 잡아버린 꼴이 되어버렸다.
전세매물이 씨가 마르니 전세가가 폭등하고, 전세가가 계속 상승하며 받쳐주니 ‘차라리 집을 사자’는 심리에 집값도 상승하는 연쇄 작용이다. 이미 중저가 주택들은 다시 상승세로 가는 모습이고, 내년 되면 전체적인 집값 상승은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직후 적극적인 주택공급의 신호를 시장에 주었다면 집값이 이렇게 뛰지는 않았을 것이다. 강남 집값은 그냥 그들끼리 사고 팔며 살게 놔두고, 정부는 전체 국민의 주거안정 정책에 초점을 맞추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투기꾼’과의 싸움이라는 포퓰리즘적인 정치게임에 매달리는 사이, 부동산 정책의 단추는 잘못 끼워졌고 이제는 수습할 방도가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지금의 전세값과 집값은 투기세력이 아니라 실수요자에 의해 상승하고 있다. 이건 규제할 방법이 없는 일이다. 정부가 수요를 차단하려고 규제의 강도를 높일수록, 이러다가 평생 집 못산다는 실수요자들의 위기의식이 발동된다. 실수요자들을 위한 공급에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다가 이제서야 허둥대고 있으니, 이러다가 임기는 끝나고 다음 정권에게 폭탄을 넘겨주게 될 것이다.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버린 부동산 정책과 법령들을 다음 정권에서 어떻게 수습하고 정상화시킬지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을 갖고 정책이 아니라 정치를 하다가 시장의 작동을 마비시키고 말았다. 전세든 매매든, 매물이 나올 수 없는 규제정책만 남발해왔고, 그래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부족하니 가격이 오르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이다. 정부는 시장을 자신들의 신념으로 다스리려 했지만, 시장은 신념의 통치를 거부한 ‘시장의 역습’을 일으켰다. 코로나로 인해 다들 힘든 상황에서 공시가격을 90%까지 올려 재산세니 건보료니 다 올려버리겠다는 정책을 보면, 그동안의 정책실패로 맺힌 한을 유주택자들에게 징벌적 과세를 하여 풀겠다는 분풀이식 오기를 느끼게 된다. ‘6억’ 이하의 국민은 고소해 할 것이고, ‘6억’ 이상의 국민은 분개할 것이다. (아, 6억 이하의 국민도 재산세 조금 감면받았다가 몇년 후에는 마찬가지 신세가 된다) 국민을 편가르기 하고 서로에 대해 천박한 적대심을 낳게 하는 나쁜 정책이다.
이제는 정부도 자신들의 말 그대로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 같은데…. 1년 6개월 남은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무주택자도, 유주택자도, 청년들도, 중장년들도, 노인들도 다 괴롭다.
- 유창선 시사평론가 -
| 
등록안내
등록안내
오늘의 인허가 물량이 5년 뒤 입주 물량... 2025년까지는 지금 추세만 점점 심화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