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초보자를 위한 공부법 part.182

주변에서 부동산 공부 뭐부터 해야 하냐고 물으면 저는 일단 그 친구가 사는 지역의 주요 아파트 시세를 전부 알아올 것을 권합니다. 

가능하면 인근 도시까지 다 알아보면 더 좋구요.

잉? 그게 무슨 공부법이야? 집 사려면 당연히 해야되는 기본 중의 기본 아냐?

맞습니다. 물건 사는데 가격 알아보는건 기본 중의 기본인데 무슨 공부법 운운하냐 하실겁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기본을 충분히 안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초보 단계에서 조금 알아보다가도 일단 수억 단위로 시작하는 아파트 가격과 썩다리 나홀로도 내가 죽어라 모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현실은

많은 사람들을 현실부정의 길로 이끌어서 라이트하우스나 집값정상화모임 같은 종교에 귀의하게 만들기도합니다. 

이런 종교의 갈림길의 유혹을 뿌리치고 보통 처음 부동산 매수의 세계를 접하시는 분들은 '부동산에서 호갱 안당하려고,' '그냥 원래 공부는 책으로 하는거지' 싶어서 등 여러 이유로 부동산 관련 책도 읽고 유튜브 강의도 보고 그러죠. 

유튜브도 좋고 독서도 좋고 투자 모임도 다 좋습니다.

그런데 간혹 보면 유튜브나 책에 적힌 내용 위주로만 부동산을 보시다보니 논리나 데이터는 완벽한데 정작 현실에서 물건 잘 잡는 법에는 약한 분들이 많이 생깁니다.

부동산이 논리와 데이터만으로 되는 거면 하락론자들이 벌써 이겼겠죠, 그 분들 온갖 데이터 얼마나 많이 갖다 들이대는지 아시자나요.

어차피 부동산 매매에서 가장 핵심은 내가 가진 돈의 한도 내에서 좋은 물건을 최대한 좋은 가격에 사는 것입니다. 

그럴려면 제일 기본이면서도 중요한 것이 내가 사려는 물건의 시세를 파악하고 비슷한 가격에는 어디를 살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하거든요.

여기서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부동산 가지고 맨날 벌어지는 논쟁이 부동산은 투기다 vs 실거주다 뭐 이런 거잖아요? 

집은 거주의 공간이지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정작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이 책이나 유튜브에서 들은 지식만으로(주로 거시적 측면의 설명이 많겠죠?) 

아파트 가격에 대한 거품여부를 판단하는 오류를 저지릅니다. 

미국 연준 발언, 하바드 석학 발언 등등 갖다대면서 하락 주장하시는 분들이 정작 동네 부동산만 몇번 왔다갔다 해봐도 알만한 상식을 모른 채 

'집값 떨어지면 대출 갚아야된다ㄷㄷㄷ'는 괴담을 양산하는 걸 보면 각이 나오죠? 

그런데 정작......

저를 비롯한 제 주변의 다주택자들, 부동산으로 소위 인생 역전한 분들은 대부분 뽐뻐 정신, 실거주 마인드로 무장해서 부동산을 시작한 분들이 많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이냐~

2013년도에 경기도 안양 지역에 첫 집을 구매했을 때 제 수중엔 단돈 6천만원이 있었습니다. 

지나고 나서 보니 집값 참 쌌구나 하던 시절이지만 그때도 6천만원으로 '실거주로' 살 수 있는 좋은 집은 적어도 서울이나 안양 광명 같은데 찾기 힘들었어요. 

(나중에 투자에도 눈이 뜨이고 나니 그 시절에 6천만원이면 갭투자하기좋은데 천지였는데ㅡ_ㅡ;; 그런데 고기도 먹어본 놈이 안다고 집 한번 안사본 제가 무슨 간땡이가 부어서 그 시절에 갭투자를 했겠어요 ㅎㅎ)

6천만원으로 여자친구 초대해서 허세도 부릴수 있으면서 주차도 편하면서 교통도 나쁘지 않은 곳을 찾으려다 보니.......

정말 눈알이 빠지게 안양, 의왕, 수원부터 사당 신림 성남, 분당까지 2~3달동안 밥먹고 일하는 시간 빼면 늘 네이버 부동산을 이잡듯이 뒤졌습니다.

그렇게 뒤져보다가 어 여긴 신축인데 왜 싸지? 하면 퇴근하고 슝~ 달려가서 동네 구경갔더니 아파트 바로 옆에 모텔들이 우르르르 ㅜ.ㅜ.

어 여긴 역세권인데 왜 이 가격이지? 하면 또 슝~ 달려가보니 언덕 경사가 데스밸리 수준 ㄷㄷㄷ

무려 갱남 양재역 도보 역세권 아파트인데 이 가격이야? 싶어서 가봤더니 거실 바로 앞에 건물이 막고 있어서 하루종일 해가 1도안들어오는 나홀로아파트 등등(근데 이런 집도 4억에서 13억으로 올랐음..........)

그렇게 열심히 집을 뒤지다 보면 정말 놀라울 정도로 이 세상의 모든 집들이!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바탕으로 무섭도록 촘촘하게 가격정렬이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소개팅 어플에서 피팅모델 출신의 초특급 미녀가 나를 선택한다면 둘중 하나죠

대놓고 사기 또는 절대 사진상의 그런 미녀가 나올리 없거나 애가 딸렸거나.......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세상은 원래 잔인합니다)

각설하고, 

그 때의 저에겐 네이버 부동산에서 아파트 매물 찾는 것이 투자공부도 아니었고 어디를 사면 얼마나 오를까 하는 지에 대한 관심도 지식도 없었습니다.

그저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진 돈으로 최상의 거주효과를 뽑아낼 수 있을까에 대한 치열한 탐색 뿐이었죠. 

(당시는 매물 보여주는 부동산 소장님들조차도 이거 사면 오른다라는 이야기는 잘 안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오랜 하락기에 지친거죠. 여기 살기 좋다, 더떨어지진 않을거다 정도의 멘트만 치던, 심리가 다 죽어있던 시절입니다.)

어쨌든 그렇게 몇달동안 미친듯이 온 동네 물건을 다 뒤지다 보니ㅋㅋㅋ

첫 집을 계약했을 때 쯤엔 적어도 서울, 경기의 1억에서 4억원대 가격 아파트 단지는 거의 꿰고 있을 정도가 되더군요.

그리고 그 집을 팔고 두번째 집을 사려고 알아볼 때 쯤엔 

서울, 수도권의 5억에서 8억선 아파트 단지는 누가 물어보면 바로 가격대와 입지, 세대수, 용적률 정도는 답할 수 있는 정도가 되더군요. (하도 이동네 저동네 집구경을 많이 다니다 보니 길치에 방향치이던 제가 지도만 보고 어디든 잘 찾아갈 정도가 되었으니 말다했죠)  

당시에 꼴랑 1주택 실거주 포지션이었던 제가 뭐 이 집 한채로 인생역전해보겠다고 그렇게 열심히 집을 보러 다녔을까요?

물론 수많은 집을 보면서 최종판단을 할 때 집값이 오를지에 대해 생각 안해봤다면 거짓말이겠죠(당연히 1~2순위로 생각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요소는 

'우리 가족이 이 집에서 산다면 얼마나 더 행복할까', 

'얼마나 더 출퇴근이 편할까', 

'주차장 찾느라 좁은 골목길 뒤지다 차좀 그만 긁어먹는 곳에서 살고 싶다',  

'우리 엄마 꿈이 이 동네에서 사는거였는데 내가 여기 살게되면 돌아가신 엄마도 기뻐하시겠네',  

'거실 밖으로 보이는 저 풍경을 매일 보고 산다면 그깟 집값좀 안올라도 행복할 거 같아' 하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제가 좋아할 집은 대부분의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고 그런 집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 찾는사람이 많아져서 가격이 비싸지는 것이구요. 

그렇게 실거주에 중점을 두고 열심히 물건을 서칭하다 보면 그 지역의 호재도 알게 되고 그 호재가 실현가능한건지, 동네 분위기는 어떤지 알다보면 정말로 자연스럽게 이 동네가 앞으로 집값이 오를지 안오를지도 보이게 됩니다. 

세상을 '흑 아니면 백', '친일이냐 아니냐', '실거주냐 투기냐'의 

0과 1의 관점으로만 보는 분들은 이해못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기 좋으면서 집값이 오를 곳을 사고 싶어합니다.(0과 1의 세계에 같혀 사는 사람들조차도 실상은 그렇다는게 함정......) 

당연히 많이 돌아다녀보고 다양한 동네의 다양한 집들을 많이 찾아보고 보신 분들이 좀더 현실세계에 기반을 둔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역설적으로 이런 판단이 오히려 온갖 지표와 그래프와 거시경제를 꿰뚫고 있는 사람보다 더 현명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산 경험담에서 책보고 잘난척하며 집 안사려다가 그냥 아내가 '여기 살고 싶어 빼애액!' 하는거 들어줬다가 인생역전한 스토리 많은 이유가 그래서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그렇기에 부동산을 투자로든 실거주로든 처음 발을 딛으시는 분들은 

거시경제 공부, 지역별 호재, 입주물량 등의 공부도 좋지만 

꼭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또는 관심 있는 지역의 아파트 매물을 열심히 서칭하면서 가격대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여기는 왜 이 가격이고 저기는 비싼지, 

지도로 보이는 조건에 비해 싸보인다면 직접 찾아가본다던지 하는 식으로 내가 아는 동네의 범위를 넓혀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네이버부동산만 보다보면 시간 가는줄 모르고 시간이 훌쩍 갑니다. 

내가 모르는 동네일지라도 지도를 켜서 대장 아파트를 찾아보고 저렴한 아파트도 찾아보고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그 지역의 시장 심리, 동네의 흥망성쇠를 알게 되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잘 모르는 동네도 어느 정도의 판단이 가능해지는 능력이 생기게 되는 거 같습니다. 

뽐뿌 유저들이 제일 잘하는게 가성비 물건, 최저가 물건 찾는건데 왜 유독 부동산 관련해서는 다른 커뮤보다도 더 이런 노력을 안하는 유저들이 많은지 의문이긴 합니다만(아마 초기 자금이 크다 보니 일단 겁부터 먹고 현실도피를 하는 상황이 많아서겠죠....)

부동산 폭락론 따위에 휘둘리지 않고 그냥 내 가족이 살 행복한 집을 휴대폰 최저가 찾듯이 열심히 찾다보면 분명 기회는 있습니다.

(이것과 관련해서 주택 매수설은 나중에 경험담을 따로 한번 써보겠습니다.)

요약하자면 

1. 네이버 부동산 또는 호갱노노를 켜라

2. 투자도 좋고 호재도 좋지만 내가 가용한 돈으로 얼마나 좋은 집을 살 수 있는지를 뽐뻐 정신으로 열심히 찾아라, 그게 다 공부다

3. 가진 돈이 적은데 대충 알아보니 애초에 다 불가능한 가격이라 이렇게 집값오른 투기꾼들 저주하면서 네이버 부동산을 끄고 라이트하우스를 찾는 우를 범하지말아라, 내 쥐똥만한 돈으로라도 갈 수 있는 집이 있는지 끝까지 한번 뒤져본다. 꼭 그 집을 살 필요는 없지만 그런 절박함으로 지식을 넓히고 시장을 관찰하다 보면 기회는 늘 있다.  정도가 되겠네요. 

 다음에는 시간될 때 좀 더 구체적으로 물건을 잘 찾는 법, 물건 비교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 한번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