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상 반말로 적겠습니다.
장남으로 태어난 나는 소위 흙수저였다.
개인신상 털어서 어떻게든 잡아먹으려는 사람들이 많으니 자세히는 못쓰겠지만.....
IMF 때 아버지 다니시던 회사가 망하고 실업자가 된 상황에서 재산이라곤 아직이 대출이 남은 신도시아파트 하나 있던 아버지는 5천만원 넘게 남은 대출이 너무 두려워서 집을 파셨다.
그 돈으로 아버지는 치킨집을 차리셨고 그 치킨집은 몇년만에 망하고.......
가족들은 전세로 전전하다 점점 더 살던 곳에서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희망이라곤 없던 전형적인 IMF 시대의 안풀리는 집안이었다.
(치킨 집 차리느라 2억5천에 판 아파트는 아버지가 열심히 배달다니시고 치킨 튀기시며 혈색이 점점 안좋아지시던 3년 동안 6억까지 올랐다.)
집안이 망해가는 것보다 더 참을 수 없었던 분노는 왜 아버지가 그 집을 팔았는가였다.
차라리 그냥 집에서 놀면서 계셨다면 우리 가족이 신도시 아파트에서 변두리 아파트로, 변두리 아파트에서 빌라촌으로 이사를 다니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그 빌어먹을 가장의 책임 때문에, 우리 자식들 어떻게든 먹여살리겠다고 생전 안해보시던 일을 해보겠다고 나선 통에, 우리 가족이 요즘 말로 치면 벼락거지가 되었는지, 왜 섣불리 그집을 팔았는지에 대한 원망을 몇년을 품고 살았다.
당시가 노무현 대통령님 정부 시기였는데 그 와중에 난 아버지는 미워하면서도 노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는 펑펑 울었다.
(지금도 노대통령님의 뜻과 인품은 존경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때 내가 더 펑펑 울었어야 할 대상은 노대통령이 아니고 매일같이 기름과 땀에 절어가면서 배달과 서빙, 요리를 하면서 지쳐계시던 아버지였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저 결과만 가지고 아버지를 원망하던 참 철없고 생각짧던 아들이었고 그 시절을 생각하면 너무 죄송하기만 하다.
아무튼 나는 나대로 열심히 살아서 나름 괜찮은 직장에 취업하면서 우리 집안에 아주 작은 희망의 불씨가 생겼지만 정작 그 불씨의 주인공인 나는 인생에서 큰 희망을 품지않았다.
첫 해 연봉이 5천 남짓이었나, 이 돈으로 가족 챙기고 학자금 대출 갚고 어느 세월에 무슨 돈을 모아서 몇억씩 하는 집을 살 수 있을까,.....
지금의 무주택자나 사회초년생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다주택 투기꾼들이 집값을 올렸다고 생각하며 그들을 욕했고 어떻게든 집값을 잡으려는 노대통령의 뜻을 방해하는 적폐들을 수없이 저주하면서, 잃어버린 나의 학창시절 따뜻한 보금자리였던 신도시 아파트에 다시 갈 수 없게 된 것을 그들 탓으로 돌렸다.
그러다 2013년에 첫집을 사게 되면서 내가 모르던 혹은 외면했던 세상의 진실들을 조금씩 더 알게 되고, 조금씩 조금씩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가는 경험을 쌓으면서 그 시절의 내가 참 바보같았구나, 너무 순진했구나를 깨닫던 와중에......
마침 나타나주신 문재인 정부의 바보같은 정책이 10년 전 그토록 응원했던 노대통령 정부의 모습과 똑같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동산에 좀 더 올인한 덕에 지금은 그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적 여유를 갖게 되었다.
오늘 글의 주제는 나보다는 가족에 대한 것이니 나의 성공기(?)는 이 정도로 요약하고 다시 가족 이야기를 해보겠다.
2013년부터 내 집 한채를 시작으로 조금씩 자산이 늘고 이제 내 몸 하나 정도는 건사하겠구나 라며 한숨 돌렸지만......
흙수저 출신의 장남에게는 여전히 2년마다 전세를 옮기셔야 하는 노후대비라곤 전혀 되어 있지 않으신 아버지와 나만큼 열심히 살았지만 미래에 대한 큰 기대없이 직장을 다니는 동생이 남아있었다.
2018년의 어느 봄날, 아버지가 사시던 전세집 만기가 다가오던 날 나는 아버지에게 제의를 했다.
"아버지 제가 월세 내드릴테니 당분간 월세로 사시고 전세 보증금으로 전세끼고 집 한채 사세요,
제가 지금 이만큼이라도 먹고 살게 된게 결국 내 집 하나로 시작된겁니다. 제가 지금 서울, 경기에 산 집들도 많이 올랐는데 아직 늦지 않았어요"
빚지면 큰일나는 줄 알았던 우리 아버지였지만 몇년동안 내가 잘해왔던 걸 지켜보시면서 마음이 변하신 건지 선뜻 수락을 하셨고.....
나는 아버지의 전 재산인 전세보증금 1억으로 경기도 모지역에 4억짜리 아파트를 하나 전세끼고 사시게 해드렸다.
당시 소일거리 정도 일을 하시느라 소득도 얼마 안되셔서 아파트 재산세도 내가 대신 내드리고 월세까지 내드리려니 월급쟁이인 나도 부담이 만만치 않았지만....
1억짜리 빌라 전세에서 사시던 아버지가 그래도 아파트 월세를 사시면서 훨씬 좋은 환경에서 사시는 것만으로도 효도는 하는 셈이었고
아버지가 사신 집은 추후에 오를 기대도 있었지만 설사 오르지 않더라도 나중에 아버지에게 그 정도 집 한채는 선물해드릴 수 있을거란 계산이 있기에 당장은 조금 힘들어도 더 열심히 살아보자란 각오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전세끼고 집을 샀으니 투기라는 분이 계시고 이낙연 같은 사람도 그런식으로 서울에 아파트를 샀는데 무슨 투기냐라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각자의 가치판단에 맡기겠다. 개인적으론 국무총리 같은 분과 같은 방법으로 가족의 자산이 증식되서 매우 뿌듯하게 생각한다.)
각설하고 집을 파신지 15년만에 다시 아버지 이름의 집이 생긴 이유때문이었을까,
아버지는 그 좋아하던 담배도 반으로 줄이시고(끊지는 못하시더라ㅡ_ㅡ;) 생전 안하던 저축도 조금씩 하시면서 더 열심히 사셨다.
그리고 아버지가 사신 집은 상승과 보합 조정, 폭발적인 상승 등을 거치면서 몇억이 올라서 그 집을 파시고 아버지는 작년에 내가 추천해드린 집을 다시 사셨고 그 집도 현재 꽤 상승해있는 상태다.
동생의 부동산 성공 이야기까지 자세히 하려면 너무 길어지니 패스하고.....
결론적으로 불과 10년전까지 오갈데 없던 우리 가족들은 이제 적어도 희망없고 답이 없던 그 시절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나야 다주택자니 그렇다치고 집 1채로 갈아타기만 하신 우리 아버지 같은 분은 누구 말마따나 집 한채 팔아봤자 어디 갈데도 없고 팔아야 돈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과연 그 분들 말처럼 우리 아버지의 삶이 그 집을 샀을 때와 사지 않았을 때가 같았을까?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부동산 글만 올리는 부동산에 환장한 놈이라고 욕을 하고 인생에 내세울 것이 그거밖에 없냐고 조롱하고 비아냥대는데.........
내가 2013년의 어느 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억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면,
집값 같은거 떨어져도 상관없으니 어린 시절 내 집에서 이사다니지 않던 행복했던 시절을 다시 찾겠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그 때 내 집을 갖지 않았었다면 아마 난 무수한 하락론자들(투기꾼들을 욕하지만 정작 집값 떨어지는게 무서워서 내 집 한채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들)처럼
집값 폭락만을 기다리며 희망없는 삶을 살았을 테니까......
그렇게 시작된 집과의 인연이 나와 우리 가족의 삶을 비약적으로 안정되고 화목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줬는데 이런 결과를 가져다준 대상을 더 많이 공부하고 관심을 안 가질수가 없으니 부동산에 미쳤다고 욕해도 할말은 없다.
우리 가족의 몰락이 소중한 보금자리엿던 내 집 한채를 팔면서 시작되었고
집안의 몰락보다 더 힘들었던 시절은 그렇게 판 집이 몇 억씩 오르면서 한 순간에 우리 집안만 벼락거지가 되었던 아픔을 겪었기에,
그렇게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던 우리 가족이 다시 일어설 수있게 된 계기가 내가 아무 욕심없이 산 집 한 채에서부터 시작했기에,
그러니 어떻게든 내집 마련을 방해하고 평생 임대사는 삶이 행복하다고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만의 성채를 쌓는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나는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
당장 본인들에게 친숙한 페이코인 떡상했다고 코인,부동산 이야기는 암묵적으로 금지되던 자게에 코인이야기로 도배되는 내로남불이 거의 필수덕목처럼 되버린 세상에서,
단지 잘못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고 풍자했다는 이유로 평생 가본적도 없는 일베유저로 몰리는 세상에서,
단지 집을 가졌다는 이유로 강제청산의 대상이 되고 적폐취급을 받아야 할 무리들로 몰아가는 위정자들의 비열한 정치질에 어차피 많은 사람들은 또 속어넘어갈거라고 생각한다. 혈기왕성하던 젊은 시절의 내가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소수의 누군가는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좀 더 일찍 가족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라도 '내 집'이라는 명제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 어제 핫게간 펌글 내집 한채가 인생을 바꾼다를 보고 제 개인적인 경험이 떠올라 써봤습니다.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house&no=177906
| 
등록안내
0
0
어쩔수없는소녀인가봐
등록안내
[* 비회원 *] / 글 내용 이해 안되는 깨문이들은 뒤로빠지세용~
kurtcovain / 이사람도 참 어지간히 열심히네. 생업이 뭐길래 여기서 이렇게 지극정성인지 아님 이게 생업인지 ㅎ
실사용자다 / 너도 열심히 사네; 이런 좋은 글을 보고 나오는 소리가 고작 그거니.
[* 비회원 *] / 부포에는 일단 정부 비난글 쓰면 핫게가니까 포인트 벌기 편하겠네요 정부 비난만 하는 정치글을 왜 부포에...
중언부언 / 몇년간 다른의견 수백개 맞은거 다 상쇄 하는 기쁜 댓글입니다. 한 두분이라도 제글이 도움이 됬으면 좋겟습...
[* 비회원 *] /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