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는 3개월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를 산출하여 발표합니다.

저도 이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산출될 때마다(즉, 3개월마다)

서울 부동산 버블 수준을 판단해보는데요,

이번에 2020년 4분기의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업데이트 되었기에

이를 반영하여 설명을 드려보고자 합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란

중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의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수인데요,

참고로 지수 100은 주택담보대출 상환으로 가구 소득의 약 25%를 부담한다는 의미로,

이는 중간소득의 서울 근로자가 중간가격의 서울 주택을 구입할 시

소득의 약 25%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유의미한 지표라고 판단되는 이유는

현재의 집값을 초래한 가장 큰 이유중 하나인 "저금리"를

지수 산출 도구 중 하나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금리와 집값, 소득을 고려해서

현재의 집값이 과거와 비교해 어느 수준까지 와있는지를 나타내준다는 면에서

유용한 지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이 주택구입부담지수가

① 해당 지역 주택의 중위 매매가 ② 주택담보대출 금리 ③ 중위 가구 소득을 가지고 산출되는데

주택금융연구원에서 해당 지역 주택의 중위 매매가에 대해

2004년부터 2012년까지는 KB부동산 중위 매매가를 사용해왔지만

2013년부터는 한국감정원의 중위 매매가를 사용해왔다는 것입니다.

두 기관의 중위 매매가가 다르기 때문에

시계열상으로 중간에 기준이 달라진다는 것은

해당 지수를 사용한 분석이 오류를 초래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에 저는 지금까지 주택금융연구원이 발표해온 지수를 "주택구입부담지수(구)",

2013년부터도 KB부동산의 중위 매매가로 환산해서 산출한 지수를 "주택구입부담지수(신)"으로

수정하여 그래프를 다시 그리고 보여드리기로 했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2004년 1분기부터 2020년 4분기까지 주택구입부담지수(구/신) 추이와

해당 기간의 평균(125.6)을 비교 도식화한 것입니다.

2020년 4분기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68.6입니다.

2020년 3분기 155.3에 비해 지수가 크게 올라갔습니다.

큰 폭의 지수 상승 배경은

①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 상승 (3분기 9억 2,017만원 → 4분기 9억 4,741만원, +3%)

②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3분기 2.44% → 4분기 2.59%)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두 가지인데요.

첫째,

과거 주택구입부담지수가 2008년 2분기 164.8과 2018년 4분기 163.8을 찍고

나란히 하락했다는 점입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가 164 내외 수준으로 도달하자

서울 집값이 단기든 장기든 조정장에 빠진 이력이 확인됩니다.

"저항선"으로서 상당히 유의미한 숫자가 아닌가 싶구요.

둘째,

2020년 4분기 기준 주택구입부담지수(168.6)가

그동안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전고점(164)을 돌파했다는 점입니다.

제가 3개월전에 2020년 3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 글을 올리면서

이번에는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전고점을 돌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는 이유로

다음 사항들을 언급했었습니다.

------------------------------------------------------------------------------------------------------------

주택구입부담지수 전고점(2008년 2분기) 대비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는 거의 2배가 된 반면,

M2 통화량은 2008년 2분기 1,324조 327억원 → 2020년 12월 3,197조 6,718억원으로 약 2.4배,

M1 통화량은 2008년 2분기 299조 7,928억원 → 2020년 12월 1,164조 7,201억원으로 약 3.9배,

매매가를 하방에서 받쳐주는 전세가율은 2008년 2분기 39.3% → 2020년 12월 56.1%로 크게 상승한 것이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 지급, 임대차3법 시행 및 입주 물량 감소와 맞물리면서

추가적인 유동성 강화 및 전세가율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2020년 4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전고점을 돌파하고 만 것인데요.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전고점을 돌파함으로써 한 가지 확실해진 것은 있습니다.

더이상은 "저금리"를 현 집값의 원인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주택 가격, 가구 소득 외에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지수 산출 도구로 삼아 "저금리"를 반영하고 있는 지표인 만큼

이 지수가 전고점을 돌파했다는 것은

"저금리" 외에 다른 요소도 집값을 밀어올렸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양도세 중과가 초래한 매매 유통 물량 감소.

임대차3법이 초래한 전세 유통 물량 감소.

재건축ㆍ재개발 규제에 따른 공급 축소.

늘상 이야기해온 "정책의 부작용"이 주택구입부담지수 전고점을 돌파하게 했다고 봐도

무방해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위에 언급한 이유들(유동성 풍부, 전세가율 상승, 입주 물량 감소 등) 때문에

2021년은 큰 폭의 상승을 기록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었고

실제 1~2월 상승률은 2002년 이래 19년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고도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고점을 돌파해버린 현재의 주택구입부담지수로 볼 때

서울 부동산은 이제 완연히 위험 구간에 진입했다고 판단되며

제 기존 전망대로 2021년이 급등할 경우

버블이 터지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2022년 입주 물량은 2만호마저 밑도는 관계로

2023년 전후를 서울 부동산의 중장기 고점으로 보는 기존 전망은 유지하고자 합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2020년 4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 168.6은 최근 16년간 평균인 125.6을 34% 초과했고

전고점인 164.8 (2008년 2분기)을 추월했기 때문에

주택 구입 여력 측면에서는 버블의 정점 단계에 근접하고 있는 수준으로 판단됩니다.

2022년까지 입주 물량이 급감하고

사상 최대의 유동성에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까지 가세할 예정 등 수급상의 상승 여력은 여전하나

금리와 소득을 고려한 현재의 집값 수준이 버블의 정점을 시야권에 두기 시작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야 할 시점으로 보입니다.

※ 2020년 4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 168.6의 의미

서울시의 중간가격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중간소득 가구가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을 위해

가구 소득의 42%를 사용해야 하는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