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 : samtoshi] 이미 늦었다. 그러니까 이제라도 해야 된다.2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한달을 맞아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2025년까지 5년간 연 평균 4만 8천호씩, 합계 24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공급이란 "인허가" 기준입니다.)

연 평균 4만 8천호가 어떻게 도출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재건축ㆍ재개발 단지들이

규제 완화로 순조롭게 사업이 진척될 경우를 상정한 것인지,

또는 서울의 신규 주택 수요를 그 정도로 감안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서울 아파트 연 평균 인허가 물량이 2001년부터 2020년까지 4만 3천여호였고

더 범위를 좁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4만 1천여호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연 평균 4만 8천호는 과거보다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물량인 셈입니다.

서울에서 혼인만으로 신규 발생하는 가구가 연 5만여가구 수준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연 평균 4만 8천호는 필요한 공급 물량이라고 판단됩니다.

사실 제목 그대로 이미 늦었습니다.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 추이를 보면

2017년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 속도를 급하게 올려

인허가를 받은 7만 5천여호가 눈에 띕니다.

이 물량이 대부분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까지 입주로 이어지면서

일시적인 물량 충격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그 이후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2018년 3만 3천여호, 2019년 3만 6천여호, 2020년 3만여호로

적정 공급 수준에 미달되는 물량입니다.

이는 곧 2025년 이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다시 감소될 것을 의미합니다.

오세훈 시장의 규제 완화가 실제 정비 사업 진척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빨라야 내년부터 인허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오세훈 시장이 이야기한 연 4만 8천호 수준의 인허가 물량은

2029년부터 입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늦었다는 이야기죠.

故 박원순 시장이 2012년부터 뉴타운 출구전략을 시행하고

정부가 재건축ㆍ재개발 억제 정책을 시행하면서

2025~27년의 서울 입주 물량 감소는 이미 확정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오세훈 시장이 재건축ㆍ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물량 확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이대로 내버려둘 경우 2020년대 후반부에 다시 한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부동산이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만

서울 아파트 단지중에서 재건축 연한(30년)이 다다른 단지 비중은

2019년 22%에 불과했으나 2025년 33%로 늘어나고

2030년은 과반을 넘어서게 됩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재건축에 대한 열망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고

어떠한 정부, 어떠한 시장도 그 열망을 잠재울 수는 없게 됩니다.

(재건축을 원하는 표심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테니까요)

따라서 억눌려왔던 재건축ㆍ재개발은

언젠가 더이상 억누르지 못하고 대규모로 풀어줄 수밖에 없는 시기가 반드시 옵니다.

그리고 제때 풀어주지 못한 재건축ㆍ재개발은

압력을 제때제때 빼주지 못한 압력밥솥처럼 훗날 그 폭발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즉, 장기간 재건축ㆍ재개발을 억눌렀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풀게 될 경우

필연적으로 동시다발적 멸실로 이어져

서울 부동산 시장을 다시 한번 공급 부족의 소용돌이로 내몰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풀어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이미 올해부터 재건축 연한에 속속 다다르는 1기 신도시 중에서도

일부 단지가 재건축 절차를 시작하면

마찬가지로 2020년대 후반부부터 멸실이 시작되는 단지가 나올 수 있습니다.

(저는 거대한 표심 때문에 1기 신도시의 정비 사업을

정부 또는 지자체가 가로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칫하면 서울과 1기 신도시가

동시에 대규모 멸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 심리로 재건축 단지가 폭등하는 부작용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처럼 상승폭을 완화시키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고

훗날 더 큰 후폭풍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재건축ㆍ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2020년대 후반부에 들이닥칠 소용돌이를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