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 삼토시] 2023년 전후를 중장기 고점으로 본 제 전망이 틀린 것으로 보입니다.10

2주전, 서울에서 가장 세대수가 많은 아파트 단지 Top 20을 추출해서 해당 단지들의 전용면적 84㎡ 기준 평균 실거래가 추이를 보여드리면서 강남/서초를 제외한 대부분 단지들이 작년 하반기 상승폭을 반납했다는 글을 올린 적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미 변곡점이 온 것이냐"라는 부분이 될텐데요, 제가 블로그와 카페, 그 외 여러 매체를 통해 2023년 전후가 중장기 고점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이 판단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변곡점이 왔다"라고 판단합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집값과 펀더멘탈의 괴리가 많이 벌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시기적으로는 2020년 하반기부터 집값과 펀더멘탈의 괴리가 커졌다는 생각이구요.

우선 주택구입부담지수를 보시죠.

(빨간 선과 파란 선, 2개의 선이 보이실텐데, 주택구입부담지수 산출 기관인 주택금융연구원에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기준을 2012년까지는 KB부동산, 2013년부터는 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로 변경하였기에, 저는 시계열 분석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2013년부터도 중위가격 주택 기준을 KB부동산으로 환산한 결과가 빨간 선이니 참조 부탁드립니다.)

2020년 하반기에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전고점을 추월하고 나서도 가파르게 상승한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좀 간단히 말하면, 서울 중간소득 가구가 서울 중위가격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소득의 41%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는 수준이 전고점이었는데 이를 2020년 4분기에 돌파하고나서 2022년 1분기에는 소득의 57%를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는 수준까지 치고 올라갔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돈이 많이 풀려서 부동산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많은 분들이 해주시는데요, 다만 이 논리는 중장기적으로 부동산이 상승하는 근거에는 쓰일 수 있으나, 단기적인 향방에는 근거가 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 잠시 보시죠.

위 그래프는 2014년 1월의 전국 아파트 중위 매매가와 가계부문 통화량(M2)을 각각 1.00 이라고 전제하고 2022년 1분기까지 추이를 비교한 것입니다. 그래프에서 보시다시피 전국 아파트 중위 매매가와 가계부문 통화량 추이는 2014년부터 2017년말까지 거의 비슷한 추세로 움직이다가 2018년 하반기에 전국 아파트 중위 매매가가 가계부문 통화량과 차이를 조금 벌리는데 이는 2018년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매매 유통 매물이 줄어들면서 하반기에 집값이 크게 오른 탓입니다. 다시 양 지표간의 차이가 조금씩 줄어들다가 2020년 하반기 이후 다시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차이가 확대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돈이 많이 풀려서 집값이 오르는 것은 맞으나, 현재의 상태는 돈이 풀린 규모에 비해 집값 상승폭이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집값은 과잉 유동성을 감안하더라도 고평가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전고점을 뚫은 시기, 그리고 전국 아파트 중위 매매가와 가계부문 통화량과의 괴리가 본격적으로 확대된 시기가 모두 "2020년 하반기"부터인데, 이러한 일을 가능케 했던 것은 당시 임대차3법 시행에 따른 전세 유통 매물 급감으로 전세가가 급등하면서 매매가를 밀어올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2021년 3월 "서울 부동산 버블 수준, 위험 구간 진입"이라는 글을 올렸고 그때부터 서울 부동산 매수 추천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서울 부동산 버블 수준이 위험 구간에 진입했다는 글을 올리면서도 2023년 전후를 중장기 고점으로 전망했던 이유는 ① "입주 물량"으로 대표되는 서울 공급이 2022년까지 감소 추세였던데다 ② "M1/M2" 비율로 대표되는 유동성이 역대 최대였고 ③ 여기에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까지 풀리고 있기 때문에 버블이 좀더 커지리라 봤습니다.

그러나 2019~20년에 걸쳐서 2021년 급등 전망을 여기저기 떠들어왔던 입장이었지만 2021년 급등폭은 그 전망마저 벗어나는 수준이었습니다. 2021년 서울 부동산 매매지수(KB부동산)는 +12.5% 급등하였는데 이는 2006년(+18.9%) 이래 15년만의 폭등이었습니다. 게다가 2022년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금리 급등도 제 전망에 없던 시나리오였습니다.

급등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2021년의 폭등은 집값과 펀더멘탈의 괴리를 더욱 키워버렸고 이렇게 더욱 커진 버블 속에서 맞이한 2022년 금리 급등은 더 이상 서울 부동산에 상승을 용인하지 않았습니다. 2022년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2만여호에 불과할 정도로 적은 해인데다 유동성도 많이 풀렸고 3기 신도시도 계속 풀리는 등 수급상 올라갈 수밖에 없는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오르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집값과 펀더멘탈의 괴리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향후 매매가의 추세적인 급락 가능성은 당분간 제한적이라고 판단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여전히 높은 전세가율" 때문입니다. 그리고 향후 매매가의 재반등 여부도 전세가율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중장기 하락장(2009~13년)으로 전환을 시작했을 때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40%를 약간 밑도는 수준이었는데요, 그 이후 전세자금대출 활성화로 인해 다음 중장기 하락장으로 전환시킬 전세가율 저점은 50%에서 약간 밑도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서울 부동산을 중장기 하락장으로 전환시키기에는 여전히 전세가율이 높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중장기 하락장에서 상승장으로 전환되었을 당시 전세가율 수준은 60%였습니다. 그 정도 되면 오랜 하락장 끝에 바닥까지 내려간 매수 심리를 전환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이죠.

즉, 서울 부동산을 중장기 하락장으로 전환시킬 전세가율 50%와 서울 부동산을 다시 상승장으로 전환시킬 전세가율 60% 사이에서 현재의 전세가율은 55%로 중간치에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매매가는 당분간 큰 폭의 하락보다는 점진적인 약세의 길을 걷다가 2026~27년경 3기 신도시 입주와 서울 입주 물량 증가가 동시에 일어날 경우 큰 폭의 하락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판교/광교/위례가 토지보상을 시작하고 5년후부터 입주를 개시한 점으로 미루어보아 3기 신도시 토지보상이 상당 부분 진행된 점에서 볼 때 2026~27년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곳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래 크게 늘어난 서울 아파트 인허가가 2026~27년경부터 입주 물량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고려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반등이 오더라도 그 폭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주택구입부담지수로 대표되는 "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수준"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무주택 가구가 대거 주택 매수 수요로 변할 거라는 의견도 있으나 KB-HOI 지수에 따르면 서울 중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구입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 비율이 2.6%로 역대 최저점을 갱신하는 수준이라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상기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저는 "변곡점이 왔다"라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2023년 전후가 중장기 고점이라고 이야기해온 제 전망이 틀렸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2023년 "전후"가 2022년도 포함된다는 억지를 부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① 2014년부터 줄곧 상승을 이야기해오다가 2019년 조정장을 예측하고 이를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조언한 점(2018년 10월 "서울 아파트 마지막 기회가 온다" 저서의 요지), ② 2020년 4분기부터 서울 부동산이 버블 구간에 진입하면서 머지 않아 중장기 고점(버블의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해온 점, ③ 그래서 2021년 급등을 전망하면서도 2021년 하반기부터 매수를 추천하지 않은 점 등은 제가 "방향성" 측면에서는 그리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2023년 고점 전망이 틀렸다고 인정하면서 뒷말이 더 긴 모습이 제가 보기에도 좀 구차해보이긴 하네요. 다만 이렇게 배워가는 과정도 제게는 작지 않은 밑거름이 될 거라 믿습니다. 각자의 전망은 다르겠지만 전망을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앞으로도 시장을 읽고 전망하는 시도를 계속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