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사무원으로 일해본 후기15

지금 너무 힘들어서 간단하게 적을께요.

1. 사전투표 선거인이 너무 많음

 - 사전투표율이 30%라고 하네요. 동 마다 1개의 사전투표소가 있는데 동네사람들은 다 온거 같습니다. 쉴 틈이 없어요.

2. 수당이 너무 짜다

 - 새벽 5시에 나와서 저녁 6시까지 13시간을 쉬지않고 일하는데 수당은 13만원입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시간당 1만원입니다.

   쉬지않고 계속 일하고, 계속 안내하느라 목쉬고 하는데 시간당 1만원은 너무 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직장인들도 근무시간동안 쉬지않고 계속 일하지는 않잖아요. 사전투표업무는 노동량에 비해서 일이 너무 많습니다.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정당에서 나온 참관인들은 6시간동안 앉아서 참관만해도 10만원을 받습니다. 참관하면서 이런저런 말도안되는 태클만 걸고 있지 사실 별로 하는거 없습니다. 말 그대로 투표하는거 참관만 합니다. 이게 정말 가성비 있는 알바라고 생각드네요. 선관위에서는 투표사무원 수당도 참관인만큼 가성비있도록 올려줬으면 좋겠습니다.

3. 뭣땜에 투표하러 나온건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 투표하러 왔으면 자기 지역구 국회의원은 누가 나왔는지, 비례 국회의원 정당 중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는 어느 정도 정하고 나와서 투표해야 맞잖아요. 근데 투표소 와서 투표사무원한테 '어디에다가 투표해야 하느냐' 이런걸 물어보는 사람 너무 많습니다. 비례대표 용지가 50 몇 센티 되는데, 정당숫자가 많아서 헷갈릴 수 있는건 이해가 됩니다. 그래도 뉴스시간에 선거관련 뉴스 한번이라도 봤으면 알 수 있는 내용인데도, 평소에는 정치에 아무 관심 없다가 아무생각없이 투표하러 나온 것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거 같아요.

기표소에서 10초 이상 생각하는 사람은 정치에 아무 관심없다가 투표하러 나온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4. 투표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 선거의 4원칙 중에 '비밀선거'라는 게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내가 누구에게 투표하는지 아무도 모르게 하는것'이 비밀선거입니다. 

그런데, 기표소에서 기표하고 나서 뒷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도록 기표용지를 펼쳐서 나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기표하고 나면 접어가지고 나와서 내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아무도 모르게 해야 이게 비밀선거인데 이걸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특히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기표하시는 동안 계속 '투표용지 접어서 나오시라'  얘기해도 펼쳐서 나오십니다.

이 글 보시는 분들 4월 10일에 투표하시면 기표소에서 꼭 투표용지 접어서 나오세요.

이틀동안 계속  안내했더니만 목이 다 쉬었습니다.

 - 투표용지 한 장에 몇번을 찍어야 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제가 20년 넘게 투표해봤지만 투표용지 한 장에  두 번 이상 기표하는 투표는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거 같네요.  한 장에 한 번 기표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나 보더라구요.

5. 어디에다가 찍어야하는지 왜 물어보냐고!

 - 본인이 알아서 찍어야지 그걸 왜 자꾸 투표사무원에게 물어보나요? 본인이 어딜 찍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왜 투표소에 온답니까?

   투표사무원이 ''여기 찍으세요'하면 그대로 찍을 것도 아니면서 왜 물어보는지 정말 이해가 안됩니다. 투표사무원이 그렇게 얘기할 수도 없지만 중립을 지켜야하는 사람한테 왜 물어보냐구요 정말. 

이틀동안 일해보면서 느낀 점을 종합해보자면,

정치인이나 기득권들한테 개돼지 취급 당해도 할말없다

이겁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나의 자식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평소 정치에 관심좀 가지고 살았으면 합니다.

 그 선택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본인의 신념에 따라 투표하는 건 아무 문제없다고 봅니다.

다만, 내가 어느 정치인에게, 어느 정당에게 무슨 이유로 투표하는지도 모르고 투표하면서 세상을 욕하는 건 결국 내 얼굴에 침뱉는거랑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틀동안 너무 힘들어서 술한잔 먹고 생각나는대로 적어봤습니다.

긴 글 읽으셨다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