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Q701, HD600, HD650, X2 모두 섭렵했네요. (감상 포함)20

이번 블프를 계기로 HD6XX(HD650), 피델리오 X2를 추가로 구매하고 그저께 HD600 대란으로 HD600까지 질러버렸네요 ㅋㅋ

이 중에서 2개 정도만 남기고 방출할 생각으로 지른건데 참 결심이 안 섭니다.

그래도 제 통장을 위해서 처분하지 않으면 안되겠죠 ㅠ.ㅠ (앰프까지 포함하면 120만원 상당이니...)

처분하기 전에 네 개 번갈아 들으면서 느낀 점을 짤막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음향기기 특성상 주관이 반영될 수 있는 점 미리 양해바랍니다.)

AKG Q701

네개의 헤드폰 중에서 가장 먼저 들여온 기기인데 이번에 다 함께 듣고 나서 느낀 점은

정말 가성비 만큼은 최고라는 것이었습니다.

Q701 하나로만 들었을 때는 몰랐는데 모두 함께 들어보며 비교해보니

정말 고음의 선명함과 해상력 만큼은 나머지 기기들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네요.

이걸 $99.99에 샀다는게 믿겨지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해외직구 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물건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다 같이 비교해보니 중, 저음이 부족한건 확실히 느껴지더라구요.

그래도 저 같이 선명한 고음과 맑은 소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주 만족하실 것 같습니다.

요새 해뽐에 자주 풀리는 K702도 같은 라인에 속하니 20만원 미만이면 구하실 수 있어서 가성비는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Q701 같은 경우 중고나라에서는 10만원 초반대에도 올라오구요.

하지만 둥둥 울리는 저음이 최고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추천드리진 않습니다.

HD650

Q701 이후로 처음 추가구매한 레퍼런스급 헤드폰입니다.

듣다 보니 Q701과는 정반대의 느낌이더라구요.

Q701이 쭉쭉 뻗어나가는 고음과 맑은 소리가 장점이었다면 HD650은 묵직하고 웅장한 소리를 내줍니다.

선명한 고음보다는 웅장한 저음이 매력적인 기기더군요.

그리고 Q701에서는 넓은 공간감이 느껴지는 반면 HD650은 그보다는 조금 좁은 듯한 공간감이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그게 무조건 단점이라는 건 아니구요. 그 덕분에 더욱 묵직한 소리가 느껴지네요.

오케스트라 음악을 들어보니까 장점이 확실히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대중가요를 들을 때 보컬이 조금 묻히는 느낌은 없잖아 있습니다.

보컬 위주라면 Q701 쪽이 한 수 위가 아닐까 싶네요.

피델리오 X2

HD650 다음으로 영입한 기기입니다.

일단 외관이 고급스럽습니다. 지지대 부분이 가죽 느낌도 나고 헤드밴드도 푹신하고 착용감도 좋더군요.

소리는 V자 성향인 듯 합니다. HD650에 비해서 고음도 선명하고 Q701에 비해서 저음의 존재감도 있습니다.

중음은 좀 부족하더군요. 그 때문에 듣다 보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향만 맞는다면 질리지는 않을 듯 합니다. 위의 두 기기에 비하면 올라운드적 입니다.

신기한게 같은 저음이라도 HD650과는 느낌이 다르더군요.

HD650의 저음이 가슴을 "울리는" 저음이라면 X2의 저음은 가슴을 "때리는" 저음이라고 할까요?

LMFAO의 Party Rock Anthem 도입부를 들어보니 그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졌습니다.

단순히 소리가 울리는게 아니라 팍 튄다고 해야하나... 제가 표현력이 좋지 못해서 제대로 표현하기가 힘드네요.

어쨌든 Q701과 HD650을 접하고 나서 X2를 접해보니 밸런스 있게 좋은 소리를 내준다는 느낌이 드는 기기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X2로 음악을 듣다 보면 왠지 모르게 탁한 느낌이 들더군요.

미세한 노이즈가 섞인 소리라고 해야 하나... 다른 두 기기에 비해서 소리가 편안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계속 그런 식으로 인상을 각인시킨 상태에서 듣다 보니 그렇게 들리는 건진 몰라도 들으면 들을 수록 뭔가 거슬리더군요.

분명 그것만 아니면 Q701과 HD650의 장점을 잘 결합한 좋은 기기인데..

이 뭔지 모를 찝찝함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오래 듣진 못할 것 같더라구요.

HD600

그저께 가격이 30만원 미만으로 떨어졌길래 무심코 질러버렸습니다.

듣다가 안 맞으면 그냥 그대로 방출해도 거의 손해가 없을 정도의 가격이라...

그리고 오늘 밤에 도착했네요.

레퍼런스급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헤드폰으로 명성이야 워낙에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기대가 좀 됐습니다.

외관은 HD650과 거의 동일한데 헤드밴드의 색 등만 좀 다릅니다. (그 유명한 돌솥 디자인...)

소리는 알려진대로 플랫하더군요. 고음, 중음, 저음 뭐 하나 부족하지 않고 고루 힘 있는 소리를 내줍니다.

Q701 듣다가 HD600을 들어보니 확실히 중음이 보강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 무난한 소리를 내줍니다. 그 때문에 듣다 보면 좀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고음만 놓고 보면 Q701이 한 수 위고, 저음만 놓고 보면 HD650이 한 수 위고,

하지만 Q701과 HD650에는 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는...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올라운드적 성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예전에 어떤 리뷰 글에서 K701, HD600, HD650 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고 물어본다면

K701과 HD650을 택하겠다. 하지만 단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HD600을 택하겠다고 쓰여있는 걸 봤는데 그 말이 이해가 됐습니다.

네가지 헤드폰을 모두 들어보니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느껴졌습니다.

레퍼런스급 헤드폰 중에서의 선택은 취향의 영역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네요.

이 중에서 몇 개는 방출해야겠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네 가지 헤드폰을 한 곳에서 마음껏 들어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청음샵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듣는 것 보다는

집 안 한 공간에서 바로바로 바꿔가며 듣는게 확실히 소리의 차이도 느껴지고 좋더군요.

다시는 이런 호강을 누려보긴 힘들겠죠 ㅠ.ㅠ... (또 다른 기기가 특가에 풀리면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