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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수 감독이 연출한 93년 작 <가슴 달린 남자>는 90년대 당시 직장 여성이 갖는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훌륭한 실력으로 직장에 입사한 혜선(박선영)은 부분 꿈을 안았지만 실제 그녀가 하는 일은 복사, 커피타기 밖에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괜찮은 아이디어를 내놓지만 부장은 이를 무시하는 척하고 회의에서 그녀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인 거 마냥 말을 하게 됩니다. 분노에 찬 혜선은 남자들에게 일갈을 하고 회사를 떠납니다. 고민 끝에 아예 남자가 되어 직장에 입사하기로 한 혜선은 이름도 혜석으로 바꿔 승승장구하게 되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새로운 사업 프로젝트에 형준(최민수)와 함께 투입되게 됩니다.
90년대 한국사회를 잘 반영한 이 작품은 이미 시드니 폴락 연출,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투씨>가 80년대 초반에 제작되었습니다. 여성에 대한 불평등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당시엔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긴 했습니다.
영화는 초반부에 혜선이 겪는 불평등과 부조리를 보여주면서 사회 고발적인 드라마로 진행되다가 형준의 등장 이후엔 완전한 로맨틱코미디로 진행됩니다. 일관성이 완전히 무너진 작품이라 생각되는 이유 중 하나는 혜선의 캐릭터에 있습니다. 남자로서의 캐릭터일 때 여성들에 대한 입장이 왔다 갔다 합니다. 조금씩 변화하면서 잘못된 변화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편의대로 오락가락합니다. 그리고 형준에게 빠져드는 것도 급작스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뭐 시대를 생각하면 동성애적인 코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차치하더라도 여러 부분에서 아쉬운 연출이 많았습니다.
당시 최고의 슈퍼스타인 최민수의 존재감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했습니다. 영화 중반부 이후에 등장하는데도 존재감이 엄청나더라고요. 박선영의 경우, 거의 신인이었는데 연기에 있어서 많이 부족했지만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았을 것 같더라고요. 두 배우의 존재가 그 나마 이 작품의 미덕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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