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해피 뉴 이어]를 보고(스포)

곽재용 감독이 연출한 <해피 뉴 이어>는 연말 기간 한 호텔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모은 옴니버스 작품입니다.

호텔 엠로스는 연말을 맞아 각종 행사들이 있는데 이런 바쁜 와중에 짝수 강박이 있는 호텔 대표 용진(이동욱)이 호텔에 머물게 됩니다. 그의 방을 청소하는 메이드 이영(원진아)는 그가 방에 들어온 지도 오르고 뮤지컬 오디션 연습을 하다가 들킵니다. 반면 호텔 전반을 관리하는 매니저 소진(한지민)은 학창시절 함께 했던 밴드 멤버인 승효(김영광)에게 고백을 해보려하지만 승효가 먼저 다른 여자와의 결혼 발표를 해버립니다.

호텔 도어맨인 상규(정진영)은 수십 년만의 첫사랑 캐서린(이혜영)을 만나게 되고 무명 생활 끝에 인기 가수가 된 이강(서강준)은 계약만료가 다가온 매니저 상훈(이광수)와의 재계약을 고민합니다. 마지막으로 5년간 준비 끝에 공무원 시험을 본 재용(강하늘)은 또 실패를 하고 남은 돈으로 엠로스에서 마지막 일주일을 보내려 하는데 모닝콜을 해주는 직원으로 인해 삶을 이어나가려는 의지가 생깁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셀 수 없이 많고 게다가 이런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도 허다합니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러브 액추얼리>일 것입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각 커플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연말 분위기에 딱 맞는 소재일 수 있습니다. <해피 뉴 이어>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이야기와 캐릭터가 너무 관습적입니다. 신데렐라 스토리, 첫사랑 그리고 특히 가수와 매니저 이야기는 <러브 액추얼리>를 그대로 가져다 쓴 소재입니다.

한 호텔에서 벌어진다는 제한된 공간을 제외하자면 새로울 것이 전혀 없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나름의 반전이라고 심은 소진 캐릭터의 이야기도 너무 예상되고요. 말랑말랑하고 착한 이야기의 이 작품의 연출자가 곽재용 감독이라는 점에서 고개 끄덕여집니다. 그의 전작들이 한결같이 착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부정적으로 보자면 너무 나이브합니다.

옴니버스 작품이 여러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과 그 관계 속에서 갈등이나 재미를 줄 수 있지만 이를 그 만큼 실현시키기 어렵다는 생각이 다시 들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로버트 알트만이 얼마나 위대한 감독인지 새삼 느끼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