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굿 보스]를 보고(스포)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감독이 연출한 <굿 보스>는 오랜만에 하비에르 바르뎀이 고향인 스페인으로 돌아가 작업한 작품입니다.

항상 직원들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가족같이 대해주는 굴지의 저울제조업체인 '블랑코 스케일즈'의 블랑코(하비에르 바르뎀)는 얼마 남지 않은 우수기업상 심사에 온통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없어서 안 되는 미랄레스는 아내가 외도를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심지어 그 상대가 회사 내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한 블랑코는 미랄레스 부부의 평화와 재결합을 위해 미랄레스의 아내를 동행 미행(?)하기 까지 합니다. 또한 얼마 전 명퇴 당한 직원은 회사 정문에서 자신의 아이들과 같이 시위를 합니다. 심사날 이전에 이를 해결해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갑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인턴인 릴리아나라는 여성이 눈에 들어옵니다. 둘은 첫 눈(?)에 반하게 되고 하룻밤을 보내는데 릴리아나의 정체(?)를 아는 순간 블랑코는 패닉에 빠집니다.

<굿 보스>는 예상한 타이밍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보는 맛이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곳곳에 터지는 유머의 타율도 굉장히 좋은 편이고요. 앞서 언급한 예상한 타이밍이라는 것은 예를 들어 블랑코 캐릭터가 겉으로 보기엔 좋은 보스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초반부터 보여질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다른 타이밍에 보이고 그에 따른 이야기와 플롯도 그렇게 진행됩니다.

이 영화의 백미 혹은 딱 한 장면을 뽑으라면 엔딩 쇼트입니다. 블랑코가 무언가를 성취하고 그 성취에 대가를 전시하는 부분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쇼트인데요. 이 장면 또한 제가 예상한 것과 다른 결말을 맺고 있습니다. 어떤 작품은 예상과 다르면 좀 실망스럽기 마련인데 <굿 보스>의 경우는 기분 좋은 배신감(?)이 드는 작품이랄까요?

감독의 전작인 <어 퍼펙트 데이>를 굉장히 흥미롭게 봤는데 이 작품 또한 비슷한 텐션을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시대를 대표하는 대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의 명연기까지 더해지니 작품이 더욱 더 풍성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전작인 <에스코바르>에서의 둘의 조합은 조금 아쉬웠는데 이번 작품에선 그 아쉬움을 충분히 벌충한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