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벨파스트]를 보고(스포)

케네스 브래너 감독이 <벨파스트>는 1969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를 배경으로 한 소년 그리고 그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969년 8월, 벨파스트에 폭도들이 9살 소년 버디가 평화롭게 놀고 있는 마을을 공격합니다. 집 유리창을 깨고 차에 불을 지르기도 합니다. 그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이 마을의 다수의 천주교 신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개신교와 천주교의 첨예한 갈등이 있어 보이는 이곳에서 천주교인들을 박해하려는 모습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한바탕 소란이 일고 나서 버디의 아버지가 잉글랜드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고 마을 주민들은 폭도들에 방어로 바리케이드를 세웁니다.

다행인지 이 바리케이드가 설치되고 나서 한참을 조용하게 지내고 소년 버디의 삶을 평화롭습니다. 자주 보지 못하지만 아버지가 사랑으로 돌봐주고 언제나 함께하는 어머니, 그리고 같은 마을에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버디의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그리고 버디 일생일대의 가장 큰 고민은 짝사랑을 할아버지에게 털어놓고 함께 고민합니다. 아버지는 실업률이 높은 이 곳에서 떠나 아예 호주로 떠날 것을 아내에게 말하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이는 버디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와 짝사랑을 두고 떠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종교적 갈등이 메인 이야기가 되는 이 작품은 소년의 눈으로 본 당시의 사회상과 동시에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천주교와 개신교가 대립하고 무신론자와 개신교인들 간의 갈등도 있습니다. 사실 후자의 모습이 좀 더 안타까워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이 작품속에선 이 부분을 좀 더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버디 아버지의 마을 친구는 떠나려는 버디의 아버지를 비난합니다. 둘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가지만 아버지의 친구가 문제 해결을 위해 폭력을 쓰는 것은 당연히 옳지 않고 감독도 이 부분을 꼬집고 있습니다.

영화의 오프닝은 현재 벨파스트의 전경을 컬러로 보여주고 1969년 8월로 넘어가면 흑백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보는 영화나 연극은 또 컬러로 보여줍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은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밝습니다.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밝은 톤에서 오는 처연함과는 조금 다릅니다. 좀 더 밝고 의외로 한 두 장면을 제외하고 폭력적인 장면도 자주 등장하지 않습니다. 혼동 속에서 외부자이자 내부자인 버디 가족의 모습을 현실적인 고민과 갈등, 그리고 소년의 눈으로 본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그 현실은 소년 입장에서 너무 무섭긴 하지만 영화 속에서의 버디는 너무나 씩씩하게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영화의 밝은 톤은 음악의 사용을 보더라도 알 수 있는데요. 스탠다드 한 팝이나 컨트리 음악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에서처럼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동원된 곡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는 연출자가 이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위한 선곡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감독이 남긴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떠난 자, 남은 자 그리고 행방불명 된 당시의 사람들을 위해 바칩니다.' 라는 문구였는데 자신의 신념을 어떻게 유지하고 그 신념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강요하지 않는 선에서 유지해야한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고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