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신얼굴 앞에서]를 보고(스포)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당신 얼굴 앞에서>는 그의 26번째 작품이자 이혜영 배우와 처음으로 작업한 작품입니다.

만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외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오랜만에 한국으로 들어온 상옥(이혜영)은 동생 정옥(조윤희)의 아파트에서 잠시 머물고 있습니다. 아마도 외국에선 리퀴드 스토어를 한 것으로 보이고 아주 예전에는 배우 일을 잠시 했습니다. 상옥과 정옥은 친자매이지만 그 동안의 관계가 썩 좋아보이진 않았지만 지금은 괜찮아졌습니다. 그리고 정옥에겐 아파트 근처에서 떡볶이 집을 하는 아들이 있고 그는 이모 상옥을 엄청 잘 따릅니다.

상옥은 점심시간 약속이 바뀌어 어렸을 때 살았던 이태원 집으로 가 봅니다. 그 곳은 어떤 가게로 바뀌어져 있었고 주인에게 자신이 그 곳에서 살았다고 말을 합니다. 가게 주인은 주택을 개조해 가게로 바꾸고 자신이 인천에 있는 아파트에 산다고 합니다. 주인의 딸을 만나게 되는데 그 소녀는 이곳이 자신의 집이라고 합니다.

오후가 되어 아까 약속 시간이 바뀐 인사동 '소설'이라는 술집으로 상옥은 갑니다. 그 곳에서 영화감독 재원(권해효)를 만나고 그들은 늦은 점심과 함께 술을 마십니다. 재원은 상옥을 자신의 새 영화에 캐스팅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고 재원은 배우로써 상옥에 대한 상찬을 늘어놓습니다. 상옥은 출연하고 싶지만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없다는 고백을 합니다.

아파트->커피가게->공원->떡볶이집->이태원->인사동->아파트로 장소가 바뀌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모든 장면에서 상옥이 등장하고요. 외국에서 오래 살다가 온 상옥은 모든 사람들이 아파트(부동산) 이야기 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집'데 대한 개념이 완전 다르기 때문이겠죠. 유일하게 이태원 가게 주인 딸만 '집'이라는 정의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순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전작 <인트로덕션>처럼 이 작품에서도 포옹 장면이 등장합니다. <인트로덕션>처럼 3번의 포옹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이태원 가게 아이와의 포옹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상옥의 얼굴로만 서로의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에선 상옥, 정옥, 재원을 제외한 인물들의 클로즈업이 거의 없습니다. 정옥 아들의 연인, 아이, 이태원 가게 주인 등 의식적으로 얼굴을 제대로 안 보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주변인들과 상옥이 오히려 좀 더 교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원의 경우는 거의 최악이었고, 동생 정옥과는 약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관계를 회복해보였는데 그것도 정옥의 꿈 이야기와 정옥의 잠자는 모습을 바라보는 상옥의 얼굴에서 좀 더 교감이 잘 되어 보였습니다.

이혜영 배우와의 대화시간이 있었습니다. 이태원 가게 아이는 상옥의 어린 시절이라고 볼 수 있다는 답변이 있었는데요. 충분히 수긍이 가는 이야기였고 '배우는 감독의 통역관'이라는 말씀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