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연출한 <패러렐 마더스>는 페넬로페 크루즈와 다시 한 번 함께 한 여성 서사의 작품입니다.

사진작가인 야니스(페넬로페 크루즈)는 그녀의 모델이 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아이를 임신하게 됩니다. 그 남자는 가정을 갖고 있는 남자라 더 이상의 관계 진전이 없이 홀로 출산을 준비합니다. 병실을 함께 쓰는 10대 미혼모인 아나(말레나 스밋)을 만나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눕니다. 그리고 둘은 각자의 생활로 돌아갑니다.

출산 이후 아이를 보러 온 남자는 야니스에게 자신의 아이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떠납니다. 야니스는 유전자 검사를 해보고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후 우연히 다시 만난 아나를 보고 아이가 병원에서 바뀌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됩니다. 부모를 떠난 홀로 지내는 아나는 야니스의 딸 보모 역할을 해주러 야니스의 집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야니스와 아나는 서로에게 묘한 감정이 일어나게 됩니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없이 보더라도 알모도바르의 작품이라는 것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그리고 배우들만 보더라도 그러하죠. 특히 야니스의 친구로 등장하는 로시 드 팔마를 보면 더욱 더 확신이 듭니다. 현존 감독 중 이렇게 자신의 색깔이 뚜렷한 감독도 드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이 감정이입하기엔 그 문턱이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아마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그녀에게>의 콘셉트도 불편함이 없지 않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아이가 바뀐 설정 이후에 발생하는 두 주인공의 관계와 또 한 아이의 운명을 보면 감정이입 하기가 쉽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보통의 영화처럼 여성의 연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모도바르는 주인공들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습니다. 또 다른 희망을 엔딩에서 보여줍니다.

전작 <페인 앤 글로리>에서 자전적인 이야기를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에선 그의 영화 필모그래프에서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는 여성 그리고 어머니(모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번 작품에서는 개인의 역사뿐만 아니라 스페인 내전의 희생자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이고 있습니다. 발굴하는 장면을 보면 우리의 4.3 희생자가 문득 떠오르기도 하더라고요.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그 끔찍했던 사건이 마치 평행(패러렐)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알모도바르는 다음 작품에서 다시 한 번 역사 속의 개인을 투영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