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열대왕사]를 보고(스포)

샤이페이 웬 감독이 연출한 <열대왕사>는 교통사고를 낸 한 남자가 사고사의 아내에게 접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열대야가 엄청났던 여름 밤, 설비 기사인 왕쉐밍(펑위옌)은 교통사고를 내고 됩니다. 놀란 그는 차에 치인 남자를 강가로 버리고 도망칩니다. 하지만 자백을 하러 경찰서에 가지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왕쉐밍은 죄책감에 시달리던 와중 사고사의 아내인 후이팡(실비아 창)에게 접근합니다.

에어컨을 수리하러 후이팡의 집에 방문한 왕쉐밍은 남편이 남기고 간 빚을 독촉하러 온 사내들에게 폭행을 당합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왕쉐밍이 폭행을 막아서고 왕쉐밍과 후이팡은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왕쉐밍을 용기를 내어 후이팡에게 진실을 고백하지만 되돌아 온 답은 충격적입니다. 그리고 왕쉐밍은 혼란에 다시 빠지게 됩니다.

삶에 대한 의욕이 전혀 없는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캐릭터는 열대야로 찌든 중국의 밤과 잘 어우러집니다. 영화 속 시간적배경도 97년인데 90년대 당시 홍콩 반환 등으로 불안정해 보이는 중국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캐릭터 설정이 꽤나 흥미롭습니다. 사고 후 자백을 하려는 남자, 남편을 잃은 아내, 그리고 무언가 미스터리적인 남편 그리고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 첫 설정 그러니까 자백을 하려는 남자가 자신이 죽인 남자의 아내를 찾아간다는 설정은 여러 가지 방향의 장르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구성 때문에 무한의 가능성은 차단되긴 합니다.

왜냐면 첫 장면이 바로 교도소에 있는 주인공의 얼굴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을 먼저 보여주고 주인공이 어떻게 교도소까지 들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식의 구성이긴 한데 이렇게만 진행된다면 당연히 재미가 없겠죠. 그래서 남편의 캐릭터 설정에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집어넣어 좀 더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사실 영화 중반부까진 왕쉐밍과 후이팡의 묘한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이 있었지만 후반부엔 본격적인 느와르적인 구성과 화려한 액션이 등장해 전반부와 완전 대비되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배우의 힘이 꽤나 큰 작품입니다.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펑위옌이지만 이 작품 속에서의 얼굴은 여태껏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모습이었고 실비아 창도 80년대 때 전성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왕쉐밍은 결국 참회의 뜻을 후이팡에게 보여줍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 중 그것이 최선으로 보였습니다. 이전의 그는 자수도 하려고 했고 후이팡에게 사실을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모두 해소되지가 않았습니다. 결국 그것(?)이 그녀에게 전달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라는 것이 조금 슬프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