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평평남녀]를 보고(스포)

김수정 감독이 연출한 <평평남녀>는 33세의 모태솔로인 여성이 낙하산 남자와 연애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진(이태경)은 워커홀릭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일에 매달려 있는 디자인 회사의 대리입니다. 30살이 넘을 때까지 연애를 못해본 그녀 앞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남자 준설(이한주)이 등장합니다. 디자인 2팀의 모든 직원들은 그를 무시합니다. 왜냐면 낙하산인데다가 디자인에 대해서 전혀 지식이 없고 심지어 과장으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첫 출근 다음날 영진과 준설은 우연히 디자인 전시회장 앞에서 만나고 술을 한잔 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서로에게 맘을 열고 둘은 사내 연애를 시작합니다. 영진은 준설이 회사에 잘 적응하게 도와주고 자신이 부장에게 까인 디자인까지 준설에게 보여주면서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준설은 영진보다는 인정 욕구에 목이 마른 사람이었습니다. 이는 회사 동료뿐만 아니라 자신을 낙하산으로 꼽아준 어머니에 대한 인정을 받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30대 초반의 두 남녀가 벌이는 오피스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능력이 뛰어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입니다. 여러 가지 결핍이 있지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연애'라는 결핍을 채워 넣는 순간 다른 곳에서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그 문제의 원인은 다름 아닌 결핍을 채워줬던 연인인 준설입니다. 그 또한 인정에 대한 결핍이 사랑이라는 감정보다 앞서는 바람에 갈등이 생기고 맙니다.

아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계일 것입니다. 감독이 인터뷰에서도 밝혀듯이 친한 지인이 경험했던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이야기를 생기가 돌게 만드는 것은 이태경 배우의 몫이 엄청나게 큽니다. 급하고 자기중심적인 캐릭터가 밉지 않게 보이는 이유는 캐릭터 자체의 순수한 열정도 있지만 이태경 배우가 이 캐릭터에 잘 녹아들었기 때문입니다.

부산에서 찍은 작품으로 보입니다. 다만 영화 속에서 부산이라고 칭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원소주와 부산 브랜드의 콜택시 등이 부산에서 찍은 작품이라고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지역이 어디라는 것보다 오피스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굳이 지역을 특정화 시키지 않은 것 같습니다.

통통 튀는 20대의 연애담은 아니지만 어둡게 흘러갈만한 이야기를 배우의 연기와 캐릭터로 톤 업을 시킨 작품이라 다양한 연령층이 볼 만한 작품으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