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2022 아카데미에서 볼 수 없던 작품들

개인적으로 한 해 동안 최고의 영화를 꼽는 자리에 '그린 나이트'가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은 조금 아이러니했습니다. 판타지라는 형식을 빌려 한 인간의 성장기를 영화라는 매체가 표현할 수 있는 수많은 은유와 상징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치가 바로 '그린 나이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만 아무런 정보 없이 처음 볼 때는 누군가에겐 난해할 수도 있고, 그만큼 대중에게 사랑받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 작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직관적이기보다는 길게 우회하는 길이 더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영화가 아니었나 합니다. 저 역시 영화를 보는 시간보다 영화를 음미하는 시간이 더 즐거웠고 미처 제 머릿속에 채워지지 못한 영화 속 의미들을 유튜브를 통해 채워나가는 재미도 있던 영화였습니다. 특히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가진 능력에 비해 작품 선정이 아쉬웠는데 이번에 '그린 나이트'를 통해 보니 좋더군요.

-액션 없는 판타지 영화 세 편 추천 : https://blog.naver.com/rdgcwg/220876486899

2. 라스트 듀얼 - 아니, 최소한 감독상이나 각본상 후보에는 올려야 되는 것 아니오?

이 영화를 제목이나 예고편만 보고 진중한 중세 액션 영화를 기본 포맷으로 할 것이라는 기대에 관람했다가 실망하셨다는 분들이 상당히 많으시더군요. '듀얼(대결 혹은 전투)'이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이 영화의 백미는 하나의 사건을 세 명의 다른 시선과 관점에서 보이는 것을 관객으로서 관찰하는 것이었죠. 이런 연출 자체가 참신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흥미 있는 전개와 더불어 압도적인 중세 시대의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시선들이 한데 얽혀 진실을 추구해가는 이야기가 너무 좋았네요. 14세기 프랑스르 배경으로 프랑스 역사상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던 '결투 재판'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합니다. (헐...이게 실화였다니..) 개인적으로는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까진 아니어도 각본상이나 감독상 후보에는 올랐어야 한다고 생각되네요. 참고로 이 영화의 감독인 '리들리 스콧'은 '라스트 듀얼'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하우스 오브 구찌'로 분장상에 올랐습니다.

-해외 역사 소재 영화들 : https://blog.naver.com/rdgcwg/222351698733

3.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 뭐, 변한 게 없으니 인정.

먼저 족보 정리부터 하겠습니다. 여기서 다루는 영화는 당연히 2021년도에 개봉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이고 실제 아카데미에서 '슈퍼 히어로 유니버스 작품 사상 최초의 아카데미 수상작'라는 걸출한 타이틀로 수상했던 영화는 2016년 개봉했던 '수어사이드 스쿼드'입니다. 제목이나 외피는 같지만 영화적 완성도는 완전히 다른데 아이러니하게도 2016년 작품은 망작이란 평가 속에서도 '분장상'을 수상했고 수작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은 2021년도 작품은 이번 아카데미에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올해 분장상 후보를 보자면 '디 아이즈 오브 타미 페이','커밍2 아메리카', '듄', '크루엘라', '하우스 오브 구찌'가 있었습니다. 뭐,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전작보다 분장이 확연히 더 낫다고는 못하니 이건 수상 후보에 들지 못해도 인정~!

-2022 아카데미 예토전생상 : https://blog.naver.com/rdgcwg/222702638009

4. 돈룩업 - 초대는 받았지만 호명 받지 못한 자.

올해 아카데미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OTT 서비스 작품의 반란이었습니다. 보통 아카데미에서 가장 중요한 상을 작품상, 감독상, 남녀주연상을 꼽는데 작품상을 '애플티비'의 '코다'가, 감독상을 '넷플릭스'의 '파워 오브 도그'가 수상했죠. 이 두 영화를 본 바로는 탈만한 작품이 탔다고 생각되는데요, 아쉽게 '넷플릭스'의 '돈룩업'은 후보작에는 '작품상', '각본상', '편집상', '음악상' 후보에는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습니다. 앞선 '코다'나 '파워 오브 도그'에 비해선 진중함은 떨어지지만 미국식 블랙코미디가 앞권이었던 영화로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부조리를 웃음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의외의 철학적 난제까지 있는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믹 범죄 버라이어티 SF' (????) 입니다. 참고로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와 감독의 오스카 수상 횟수가 9회랍니다.

-2021 하반기 넷플릭스 추천작 : https://blog.naver.com/rdgcwg/222598797413

5. 싱2게더 - 아...여기는 전쟁터네.

전작부터 참 재미있게 봤던 영화인데 아쉽게 상복은 없는 작품이네요. 이번 작도 여전한 재미와 흥을 장착해 일단 보기만 하면 저절로 입가에는 '둠칫둠칫'음이 새어 나오고 무릎관절이 까딱까딱하며 리듬을 탄다는 바로 그 영화 '싱2게더'(원제는 '싱2')가 올해도 아카데미에는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이 작품이 만약 아카데미 시상식에 초대된다면 '장편 애니메이션'부분이나 '음악상'이나 '주제가상'일 텐데 올해는 음악 관련 영화들이 강세에다가 다른 영화들의 OST도 너무 강력하네요. 다만 장편 애니메이션 부분은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던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그리고 '루카'보다는 '싱2게더'가 더 경쟁력이 있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해 봅니다. 암튼 3편도 꼭 나와서 더 좋은 작품으로 꼭 시상식에 올랐으면 좋겠네요.

-싱 리뷰 : https://blog.naver.com/rdgcwg/220975884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