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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구 감독이 연출한 <봄날>은 막 교도소를 출소한 한 남자가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루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한 때 나갔던 호성(손현주)는 살인을 하고 감옥에서 8년간 복역을 했습니다. 막 출소를 하니 관계가 좋지 않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치르게 됩니다. 오랜만에 함께 한 동생 종성(박혁권), 그리고 딸 은옥(박소진), 아들 동혁(정지환)과는 어색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조문을 온 건달들과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죠. 이를 나머지 가족들은 창피해하고 전 아내는 장례식에 조차 오지 않습니다.
조문객들의 대부분이 건달들이라 은옥은 곧 결혼할 연인을 밥도 먹이지 못하고 보냅니다. 그러던 와중 호성은 부조금을 밑천 삼아 '하우스'를 장례식에 만듭니다. 건달들에게 노름장을 열어주고 돈을 잃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데 여기에 이자를 받으려고 하는 것이죠. 하지만 호성의 친구, 양희(정석용)가 건달들에게 괜한 시비를 걸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게 커집니다.
한 공간(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회상 장면도 많이 없는 편이고요. 보통 이런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회상 장면을 통해 공간을 넓혀나가는데 이 작품은 그러한 방식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대사로 전사들을 말해줍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손현주 원톱 작품입니다. 주변인에게 일생 도움이 안 되는 캐릭터이지만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극진합니다. 파국으로 치닫긴 하지만 암울하게 캐릭터들이 몰락하지는 않습니다. 주인공 캐릭터가 주변인을 위해 한 발자국 물러나면서 오히려 가족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느낌이 마지막엔 듭니다. 그 만의 반성하는 방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타방의 소동극인 이 작품은 이돈구 감독이 가족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구축하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그의 전작인 <현기증>과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손현주, 박혁권의 케미스트리도 좋지만 이 작품의 정점인 정석용 배우의 캐릭터와 연기에 있습니다. 역대급 민폐 캐릭터를 너무나 잘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예능을 통해 최근에 잘 알려졌지만 역시 정석용은 훌륭한 배우라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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