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한 1975년 작 <배리 린든>은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욕망에 넘치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일랜드의 몰락한 집안의 레드먼드 배리(라이언 오닐)는 사촌과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마을에 자본가이자 군인이 그 사촌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 사촌은 언제 그랬냐듯이 레드먼드의 마음을 무시하고 군인 결혼을 하려고 합니다. 배신감에 사로 잡인 레드먼드는 군인과 결투 신청을 하고 살인까지 하게 됩니다.

어쩔 수 없이 마을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하는 배리는 군대에 잡혀 들어가게 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교의 옷을 훔쳐 달아나던 중 우방 국가의 군인과 맞닥들이게 되는데 그가 배리를 의심하게 되고 그를 자신의 군대로 입대시킵니다. 그리고 그를 오스트리아 대사관으로 취직시켜 그의 정보를 빼오는 스파이 노릇을 지시하는데 배리는 대사의 인성에 빠져들어 오히려 이중 스파이가 되고 맙니다. 그렇게 정을 쌓은 대사와 배리는 결국 또 다시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되는데 도박을 좋아하는 대사를 도와 많은 부를 축적하게 됩니다.

많은 돈을 모았으니 이젠 신분상승에 대한 갈망이 생깁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린든 백작과 그의 젊은 부인에게 배리는 접근하게 됩니다. 그리고 린든 백작이 죽고 그는 백작 부인과 결혼을 합니다. 그리고 심지어 이를 마저 바꿉니다. '배리 린든'으로요. 하지만 그를 백작으로 대해주는 주변인들이 없어 결국 돈으로 많은 귀족들을 매수 하려고 하지만 빚만 쌓이고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백작 부인의 아들은 집을 나가고 맙니다.

거대한 서사시와 같은 이 작품은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의 <신사 배리 린든의 회고록>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몰락한 귀족 집안의 남성이 어떻게 다시 신분 상승과 욕구, 욕망을 채우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8세기 영국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실외는 자연광, 실내는 촛불만을 조명으로 촬영한 작품으로 알려 있습니다. 스탠리 큐브릭의 또 다른 도전이 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화려한 의상과 더불어 저택을 비추는 그림과 같은 이미지는 한 폭의 풍경화 같습니다.

<러브 스토리>로 일약 스타덤에 올린 라이언 오닐이 이 대작을 끌고 나가는 주인공입니다. 무려 3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의 이 작품에서 20대 전 후반의 나이에서 부터 거의 노년에 이르기까지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습니다. 욕망에만 가득차고 유약한 어린 시절의 모습과 더 이상의 광기도 없어진 노년의 모습이 상반되어 감정의 큰 낙폭을 보여줍니다.

헨델의 <사라방드>를 편곡한 곡이 영화 내내 등장합니다. 영화의 정서와 딱 맞아 떨어짐과 동시에 고전적인 분위기를 한껏 더해주고 있습니다. 영화가 종합예술 혹은 제 8의 예술이라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 걸작은 스탠리 큐브릭이 왜 위대한 감독인지 다시 한 번 알려준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