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감독이 연출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하타사와 세이고의 동명 희곡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명문 사립 한음 중학교의 학생 건우는 같은 반 친구들의 이름이 적힌 편지(유서)를 남기고 자살시도를 합니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되고 학교 교장(강신일)은 편지에 적힌 학생들의 부모들을 학교로 호출합니다. 현직 변호사 강호창(설경구), 병원 이사장(오달수), 같은 학교 수학교사(고창석) 그리고 전직 경찰청장(김홍파)까지 화려한 이력을 가진 부모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이들의 담임교사인 송정욱(천우희)이 편지를 읽습니다. 자신의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며 일을 무마하려는 이들입니다.

교장은 교칙을 들먹이며 정욱에게서 편지를 뺏어 증거를 인멸합니다. 그리고 기간제 교사인 정욱에게 정식교사 계약서를 내밀게 됩니다. 한편 호창과 이사장은 또 다른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건우의 절친을 쫓고 은밀한 거래를 합니다. 하지만 정욱의 양심선언이 이어지고 학부모들은 누군가 한 명은 희생해야 한다며 네 명 중 한 친구에게 그 죄를 덮어씌우려고 합니다.

일본의 희곡을 국내 현실에 잘 어울리게 각색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론 5년 전쯤 연극으로 본 적이 있었습니다. 일본 원작은 여학교 배경이고 개인적으로 본 연극은 남녀공학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남학교 배경이었습니다. 생각하기만 해도 끔찍한 이 사건은 악이라고 칭할 수 있는 아이들보다 그들의 부모들의 악행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후반부에 배신당하는 아이와 부모가 그 일을 나름 잘 헤쳐 나가고 맞이하는 엔딩이 충격적일 수도 있지만 엔딩 쇼트에서 그 인물의 심리상태가 어떤지는 명확하게 보여주진 않고 있습니다. '부모로서는 앞으로도 똑같이 그런 일을 행할 것인가?' '부모라서 어쩔지 없다?' 이런 식의 마무리인지 혹은 영화 <시>의 윤정희 캐릭터처럼 진정 후대를 위한 행동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표정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호한 결말이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도 있지만 이 작품에선 어느 정도 감독의 생각을 보였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또한 역시나 걱정했던 부분인데 피해자 학생에 대한 수위가 너무나 강했습니다. <한공주>에서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데 꼭 표현이 그렇게까지 갔어야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업영화로서 혹은 장르영화로서 재미는 충분한 작품입니다. 후반부 법정 영화로 흐르면서 인물 간의 대립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이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케미스트리도 엄청 좋았고요. 특히 설경구와 오달수의 합이 꽤 좋더라고요.

5년 전 한 배우의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개봉이 미루어졌다는 이 작품은 원작과 연극에서 보여주는 심리극으로서의 재미보단 사건이 좀 더 중심이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상업적인 요소를 생각하면 당연한 선택일 수 있지만 좀 더 부모들의 심리를 깊게 파고 들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함께 드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