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어미]를 보고(스포)

파자르 누그로스 감독이 연출한 인도네시아 영화 <어미>는 연인에게 버림받은 임신한 여성이 입양을 원하는 부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캐셔로 일하는 울란은 남친에게 이 소식을 알리지만 그는 수술비만 건네주며 무책임한 모습을 보입니다. 결국 둘은 헤어지게 되고 울란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고민하다가 페이스북 광고를 하나 보게 됩니다. 이 페이스북은 미혼모들을 위해 도움을 주는 단체로 낙태수술, 입양 등에 대한 도움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이 그룹과 연락한 울란은 입양을 결정하게 되고 노부부를 만납니다.

입양을 바라는 산토소 부부는 울란과 함께 살자고 하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울란은 자신의 현재 사정이 심적으로 경제적으로 최악이기 때문에 산토소 부부와 함께 살기로 합니다. 외딴 곳에 위치한 산토소 부부의 집은 그야말로 대저택이었습니다. 약속대로 부부는 울란이 필요한 것을 다 해주고 울란도 산토소 부부를 마치 친부모처럼 여기게 됩니다. 하지만 두 부부의 이상 행동이 하나둘씩 보이게 되고 뭔가 이상함을 느낀 울란은 친구에게 연락을 해 구출해달라고 합니다. 그때 마침 산토소 부부의 친아들이 집으로 오게 되고 울란은 그에게 집을 나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미스터리를 끝까지 끌고 나가고 그 미스터리를 잘 숨기는 데 있습니다. 관객들은 산토소 부부가 무슨 일 때문에 울란은 집안에 두게 하고 출산을 직접 보려고 하는지를 끝까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영화의 엔딩을 보게 되면 특정 영화가 무조건 떠오르게 되는데요. 그렇다고 이 작품의 독창성이 많이 훼손된다고 보긴 힘들 것 같습니다. 이야기적인 측면에선 엄청난 신선함을 안게 주는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무엇을 보여주고 감춰야 되는지 감독은 정확히 알고 이를 관객들에게 보여줍니다. 거기서 발생하는 텐션은 엄청나게 영화 후반 20~30분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스릴을 선사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나라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라는 매체가 하나의 언어로서 작동하는 느낌마저 주는 작품이었고요. 캐릭터의 매력도 엄청난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 울란도 그러하고 영화 중반의 등장하는 아들 역할의 캐릭터도 이야기의 긴장감을 만드는 캐릭터로 충분한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조연이지만 슈퍼마켓 사장과 울란의 절친의 캐릭터도 좋았고요.

이런 작품을 만난다는 것이 영화제에서 얻는 기쁨 중에 가장 큰 기쁨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파자르 누그로스 감독의 행보가 어떻게 진행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