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연지구]를 보고(약스포)

관금붕 감독이 연출한 1987년 작 <연지구>는 실제 절친으로 유명한 장국영과 매염방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자 시대를 넘나 드는 절절한 멜로드라마입니다.

1987년, 치파오를 입은 한 여인이 신문사로 들어가 기자인 원영정에게 구인광고를 부탁합니다. 내용은 '도련님, 3811 그곳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여화.' 치파오를 입은 여인의 이름은 여화(매염방)였고 영정은 접수는 했지만 돈이 없다는 그녀의 말에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고 헤어집니다. 그런데 영정이 집에 돌아가 길마다 그녀가 나타나고 영정은 그녀가 나름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심지어 그녀를 집으로 들이기도 합니다.

시간은 과거로 돌아가 50년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당시 유명한 기녀였던 여화에게 첫 눈에 진도령(장국영)은 빠지고 맙니다. 결국 적극적인 구애 끝에 둘은 연인이 되지만 결혼은 신분 차이에 의해서 하지 못하게 됩니다. 반항의 뜻으로 진도령은 배우가 되려하지만 적성에 안 맞는다는 것을 얼마 가지 않아 알게 됩니다. 진도령 집안의 극악한 반대에 지친 둘은 동반 자살을 시도하게 됩니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 여화의 존재를 오해했던 영정의 여친도 여화의 이야기를 듣고 적극적으로 진도령 찾기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승으로 올라온 여화에겐 3일 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결국 여화와 진도령 만의 암호였던 3811에 진도령은 나타나지 않고 그 이유가 후에 밝혀집니다.

같은 해에 우리 곁을 떠난 장국영과 매염방의 아름다웠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둘은 절친으로도 유명했는데 2003년 당시 장국영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을 때 매염방은 그 충격으로 원래 앓고 있던 병이 더욱 더 안 좋아지면서 세상을 떠났다고 했습니다.

두 배우가 주인공인 작품이지만 이 작품은 매염방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여성 서사의 작품입니다. 30년대 여성으로서의 삶과 80년대로 넘어 온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아마도 매염방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남인사십>에서의 캐릭터도 굉장히 좋았지만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선 이 작품이 좀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절절한 이 연인의 사랑은 엔딩 부분에서 조금 예상치 못한 길로 들어섭니다. 고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반전이 살짝 숨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매염방이 부르는 노래와 그 가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가사가 이 연인의 사랑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동시에 잊히지 않는 마지막 쇼트는 정말 인상적입니다. 이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연지구>는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