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현기증]을 보고(스포)

알프레도 히치콕의 1958년 작 <현기증>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미스터리 스릴러가 가미된 멜로드라마입니다.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 동료 경찰관을 자신 때문에 잃고 자신도 고소 고포증이 생기게 된 경찰 스카티(제임스 스튜어트)는 결국 경찰을 그만두고 사립탐정이 됩니다. 탐정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인 개빈이 그를 찾아와 망령에 사로잡힌 자신의 부인 매들린(킴 노박)을 미행해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됩니다.

매들린을 미행하는 도중 그녀는 어지럼증을 느끼는 강에 빠지고 이를 지켜보던 스카티는 바로 그녀를 구합니다. 이를 계기로 둘은 미묘한 관계가 되고 결국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남편를 두고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에 괴로워하던 매들린은 한 수녀원의 종탑으로 올라갑니다. 위험함을 느낀 스카티는 그녀를 쫓아가지만 고소 고포증과 더불어 현기증을 느끼며 그녀를 쫓지 못합니다. 그러던 순간 매들린은 탑에서 떨어져 죽고 맙니다.

친구의 아내를 사랑함과 동시에 그녀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함께 신경쇠약에 걸린 스카티는 힘든 나날을 보내다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매들린과 똑같이 생긴 주디라는 여성을 따라가게 되고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합니다. 스카티는 매들린의 이야기를 그녀에게 해주고 주디는 측은한 모습과 어떤 비밀로 인해 그와 연인이 됩니다.

히치콕의 대표작 중에 하나로 꼽히는 <현기증>은 히치콕의 장기인 미스터리 스릴러의 충실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멋진 멜로드라마이기도 합니다. 한 여성을 사랑하는 남성의 모습과 더불어 숨겨진 비밀은 이야기를 아주 풍성하게 만듭니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이 걸작은 50년 말 당시로 보면 파격적인 이미지와 편집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현기증을 표현하기 위해 줌인 트랙 아웃의 촬영기법과 동시에 안구를 클로즈업 합니다. 또한 스카티 얼굴만 편집해서 버나드 허먼의 음악과 함께하는 그 이미지 쇼트는 굉장히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매들린이 강에 빠지는 장면을 수십 번 촬영한 것으로 킴 노박을 괴롭혔던(?) 히치콕의 집착적인 연출 방식인 많은 배우들을 힘들게 하기도 했지만 그 만큼 엄청난 장면들을 보여주고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런 집착적인 모습은 데이빗 핀처에게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루카 구아다니노의 <아임 엠 러브>에서 틸다 스윈튼의 헤어스타일이 <현기증>의 매들린과 흡사한 것뿐만 아니라 원형으로 마무리 한 뒷머리를 이용한 쇼트의 연결은 아마도 루카 구아다니노가 <현기증>을 오마주 한 것으로 보입니다. 히치콕의 위대함을 후배 감독들이 자신들의 작품에서 대놓고 하거나 은밀하게 하거나 그에 대한 존경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합니다. 아마 대표적인 인물은 브라이언 드 팔마가 되겠죠.

많은 조사에서 히치콕의 대표작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데 보통 <오명><현기증><싸이코> 이 세 작품의 이름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현기증>은 언제 봐도 흥미롭고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이 보일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마무리는 너무나 처연하고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