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안개]를 보고(스포)1

김수용 감독이 연출한 <안개>는 한국문학사에 기리 남을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제약회사에서 상무로 일하고 있는 윤기준(신성일)은 권태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사실 그가 젊은 나이에 상무직을 맡고 있는 이유는 장인이 바로 회사의 회장이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결혼을 한 번 실패한 후 기준과 결혼을 했는데 잘생기고 자신이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기준이 맘에 들어 결혼을 한 것입니다.

중요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준에게 잠시 여행을 다녀올 것을 종용하는 아내의 말에 기준은 자신의 고향은 무진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고향 친구와 후배와 재회하게 됩니다. 학교 선생은 박선생과 세무서장이 된 조한수(이낙훈)를 만나 술자리를 갖게 되는데 그 자리엔 얼마 전 음악선생으로 부임한 하인숙(윤정희)도 있습니다. 인숙은 기준이 서울에서 온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도 서울로 데라가 달라고 합니다. 기준은 아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인 인숙의 모습에 반하고 되고 둘은 하룻밤 만에 급속도로 가까워집니다.

특산물이라고는 없고 유일하게 유명한 게 '안개'밖에 없는 무진이라는 곳을 배경으로 씌여진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안개>는 굉장히 직관적인 타이틀를 갖고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 내에서도 밤 장면이 되면 안개가 자욱한 거리가 연출되고 그 사이에 기준과 인숙의 불투명한 미래를 안고 있는 캐릭터가 보입니다.

구성도 특이한 작품입니다. 기준의 시점에서 고향 친구들을 만날 때 과거의 자신의 모습과 또한 비슷한 상황이 회상 장면으로 연출됩니다. 병역 기피자이고 폐병환자였던 자신의 과거 모습을 떠올리기 싫어 고향을 떠났던 기준은 어쩔 수 없이 과거의 기억이 하나 둘씩 떠오르게 되는데 그러한 모습을 현재와 과거의 교차해 보여줍니다.

당대의 슈퍼스타였던 신성일과 신인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은 윤정희가 주연을 맡고 있는 작품입니다. 젊음의 매력을 가득 품은 두 배우의 모습은 매력적이고 모던한 캐릭터와 겹쳐져 묘한 매력을 풍겨냅니다.

60년대 영화로서 원작을 오독해 신파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으로 변질 될 가능성이 커 보였던 작품이었지만 감독은 원작에 충실한 작품으로 영화를 연출해냈습니다. 그리고 가상의 공간인 무진이 만들어내는 묘한 매력도 이 영화를 좀 더 품위 있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