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3000년의 기다림] [3000년의 기다림]을 보고(약스포)

조지 밀러 감독의 <3000년의 기다림>은 아라비안 나이트의 지니 이야기를 재해석한 작품이자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서사학자인 알리테아(틸다 스윈튼)은 강연을 위해 튀르키예(구 터키)에 도착합니다. 공항에서부터 환영을 본 일리테아는 강연 도중에도 튀르키예 전통 의상을 입은 한 남자의 환영을 보게 됩니다. 무사히 강연을 바친 그녀는 전통 만물상에서 호리병 하나를 기념으로 구매하고 호텔로 돌아옵니다.

샤워를 마친 후 때가 묻은 호리병을 전동칫솔로 닦던 와중 호리병에서 연기가 나더니 한 정령이 튀어나옵니다. 스스로를 지니(이드리스 엘바)라고 한 엄청난 덩치의 남자는 자신을 구해준 것에 보답하려고 세 가지 소원을 말해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알리테아가 소원을 빌길 거부하자 지니는 갑자기 패닉에 빠지고 맙니다. 대신 알리테아는 3000년간 세 번의 감금(?)을 당한 지니의 이야기를 자신에게 들려달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히트작인 <매드맥스>시리즈를 리메이크해 또 다른 걸작을 만들어낸 위대한 감독 중 한 명인 조지 밀러는 7년전 개봉했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이후 만들어낸 신작의 소재가 너무 의외라 놀랐습니다. 과거 그가 연출하거나 제작했던 작품들을 생각해보면 그의 행보가 어쩌면 놀랍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30년전 <로렌조 오일>과 같은 작품도 있었고 그 보다 더 충격적인 작품은 <꼬마 돼지 베이브>와 <해피피트>가 있죠.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 두 작품을 먼저 접했던 관객 입장에선 <매드맥스>가 충격적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조지 밀러의 이번 선택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아리비안 나이트의 지니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입니다. 소원을 빌지 않는 인물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니. 설정 자체도 흥미로운데 지니가 들려주는 튀르키예 지역에서 벌어졌던 고대부터 근대까지 큰 역사 속에서 본인과 자신을 풀어주고 소원을 말했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모든 이야기가 너무나 드라마틱하고 애절합니다. 그것에 중심엔 '사랑'이라는 정서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듣는 알리테아는 서사학자로서 처음엔 매력을 느끼다가 후반부엔 이야기 속에 인물이자 화자인 지니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현재를 배경으로 두 인물이 호텔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지니의 과거 이야기를 회상하고 내레이션을 추가하는 방식의 구성을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은 두 배우의 역할도 연출만큼 엄청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는데 이 배우의 연기력으로 리얼함이 좀 더 생긴 것 같습니다.

<매드맥스>에서 보여줬던 비주얼 쇼크만큼의 충격은 아니지만 이 작품에서도 과거 장면에서 보이는 훌륭한 비주얼과 스펙터클은 상업영화로서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특히 최근엔 스파이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튀르키예 지역인데 고대부터 근대까지 그 곳은 어떤 비주얼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 작품을 통해 좀 더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소재를 던져주더라도 훌륭하게 만들어내는 거장 조지 밀러 감독에게 다시 놀라는 것은 그의 나이입니다. 80살을 바라보는 이 노장 감독이 조금 더 가까운 시일 내에 또 다른 작품으로 나타나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