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알피]를 보고(약스포)

루이스 길버트 감독이 연출한 1966년 작 <알피>는 2000년대 주드 로가 주연을 맡은 <나를 책임져, 알피>의 원작이 되는 작품이자 영국의 대배우, 마이클 케인이 타이틀 롤을 맡고 있는 작품입니다.

운전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런던 최고의 바람둥이 알피(마이클 케인)는 여러 여자들을 만나며 자유연애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유부녀와 부담 없이 만남을 즐기거나 자신에게 여자들이 제대로 빠져든다 싶으면 바로 거리를 두는 아주 질이 좋지 않은 남자이죠.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자를 임신시키고 아이를 낳게 됩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는 알피이지만 여성에게 다른 남자가 생기자 바로 아이와 여자를 두고 떠나버립니다.

그러던 와중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긴 걸 알게 된 알피는 병원에 입원합니다. 그곳에서 옆 침대를 이용하는 남자와 친해집니다.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알피는 그 환자의 아내와도 바람이 나게 되고 심지어 또 다시 임신을 시켜버립니다. 하지만 이번엔 낙태수술을 할 수 있게 공간을 제공하는 노력을 하지만 마음 한 편에 이전에 있지 않았던 죄책감과 동시에 아무 없는 무력감이 함께 나타납니다. 그러면서 이전에 함께 했던 여성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도 함께 올라오고요.

당시 누벨바그가 휩쓸고 간 직후여서 그런지 <알피>에서도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주인공은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합니다. 그러나 이런 연출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수시로 알피는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대사를 합니다. 현재 관객에겐 굉장히 이질적인 연출 방식이지만 당시에 고다르를 필두로 많은 작품에서 이런 시도가 있었고 굉장히 획기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연출 때문인지 이 작품은 칸에서 상을 받기도 했더라고요.

이런 독특한 연출이 있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은 영국의 대배우인 마이클 케인의 작품이라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60년대 런던을 살아가는 30대의 남성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 작품은 반성하는 개인을 통해 좀 더 발전적인 인간관계를 꿈꾸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남자의 과거를 쉽게 용서하진 않습니다.

요즘 관객에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나 배트맨 시리즈의 집사로 가장 잘 알려진 마이클 케인은 젊은 시절엔 '영국 신사'라는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의외로 뻔뻔한 바람둥이의 모습을 제대로 연기하고 있고요. 이젠 연세가 많이 드셔서 많은 작품에서 그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없지만 마지막 불꽃을 멋지게 태울 좋은 작품에서 꼭 만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