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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45세의 나이로 약 1억엔(약 9억원)에 근접한 금액을 모아 화제에 오른 일본인이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아이디는 '절대퇴사맨'. 은퇴하기 전 1억엔을 모아 충분한 노후 자금을 마련하고, 파이어족(경제적으로 자립해 조기 은퇴를 실현하는 것)의 일원에 당당히 입성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1년 뒤인 현재, 절대퇴사맨은 지난 21년간 진행해 온 '근검절약의 삶'을 후회하고 있다.
어째서일까.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절대퇴사맨은 엑스(X)에 "이대로 엔저가 계속 진행되면 파이어족은 이제 무리가 아닐까 한다"라는 의견을 남겼다.
그는 "21년간 무엇을 위해 열심히 (저축을) 해왔는지 (후회된다)"라며 "정말 무의미한 삶이었다"라고 토로했다.
절대퇴사맨은 전형적인 근로소득자, 즉 사라리만(サラリ―マン·샐러리맨)으로 알려졌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는 40대의 나이에 자산가가 돼 수많은 누리꾼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거듭되는 엔저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별다른 투자 없이 오직 저축만으로 쌓은 자산이다 보니, 절대퇴사맨이 보유한 돈은 전부 엔화다.
즉, 엔화 가치가 하락한 만큼 그의 상대적 부도 줄어든 셈이다.
엔저의 여파는 점차 높아지는 소비자물가로 나타나고 있다.
절대퇴사맨은 또 다른 글에서 "2034년에는 편의점 기저귀가 1개에 1만엔, 편의점 임금은 시간당 3000엔, 환율은 달러당 5000엔이 되는 그런 미래가 오는 게 아니냐"며 "잿빛 미래만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다.
우울증에 걸린 걸지도 모른다"고 자조하기도 했다.
그의 글을 접한 일본 누리꾼들도 일부 수긍하는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내 투자용 통장엔 달러만 늘어간다", "남미 국가들처럼 자국 화폐는 버려지고 달러만 쓰게 될 수도 있다" 등 댓글을 달았다.
수입 물가 상승에 근로자 임금 내리막길…반전 꾀할까 절대퇴사맨은 직장에 입사한 20대 중반 시절부터 생활비를 아끼고 오로지 저축만 고집했다고 한다.
한때 X에는 그의 '저녁 밥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아찌 1개, 즉석 밥, 편의점 계란말이만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식비를 최소화했고, 남은 돈은 전부 저축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작년 절대퇴사맨은 9000만엔(약 8억원)을 달성했고, 머지않아 자신이 목표한 1억엔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담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록적인 엔저 현상은 절대퇴사맨을 비롯한 일본의 평범한 직장인 가계를 불안케 하고 있다.
실제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 3월 공표한 '근로통계조사'를 보면, 일본 노동자의 평균 실질임금은 지난 24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는 오르고 있지만, 아직 일반적인 근로자 임금 상승은 미미한 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내리막길을 걷는 근로자 수입이 곧 상승 전환할 수 있다는 희망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일본 최대 노동조합인 '렌고'는 올해 상반기 노조원의 평균 임금 인상률이 5.24%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 근로통계조사에서는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추월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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