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구조사서 ‘與 과반 불확실’ 예측
과반 실패 땐 2009년 이후로 15년 만
‘제1야당’ 입헌민주 의석 수 크게 늘 듯
여당, 국민민주당 등 연립 확대 가능성
'이시바 끌어내리기’ 조기 실현 될 수도
차기주자로 다카이치 前 경제상 주목
27일 실시된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 출구조사에서 연립여당인 자민당, 공명당이 과반수(465석 중 233석) 의석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본 정치권은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출구조사대로 총선거 결과가 나온다면 지난 1일 출범해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은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에 직면한다.
연립 대상 확대를 통한 정권 유지 방법이 있지만 ‘식물정권’으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조기에 시작될 공산이 커져 ‘포스트 이시바’를 노리는 이들에 대한 주목도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NHK방송은 출구조사에서 소선거구(지역구) 289석, 11개 권역의 비례대표 176석 중 자민당은 153∼219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다.
공명당 예상 의석은 21∼35석이다.
최소 174석, 최대 254석을 연립여당이 차지한다는 말이다.
 | “매우 엄중한 상황” 27일 실시된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의 출구조사에서 연립여당인 자민당·공명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
아사히신문 출구조사 결과는 자민당, 공명당에 더욱 절망적이다.
아사히는 “자민당이 (총선거) 공시 전 247석에서 185석 정도로 격감할 것으로 보이고 (현재 32석인) 공명당은 26석 전후가 될 전망”이라며 “과반수인 233석에 미치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면 정권을 민주당에 넘겨주었던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총리가 선거 운동 기간 중 밝힌 대로 파벌 비자금 파문으로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 중 당선된 인사를 다시 영입할 수 있다.
그러나 아사히는 “(공천을 받지 못한) 무소속 후보 12명 중 4명 전후가 당선될 것 같다.
이들을 포함해도 과반수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예측했다.
‘정권교체야 말로 최대의 정치개혁’이라며 자민당 파벌 비자금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의석을 크게 늘릴 것으로 보인다.
NHK 조사에서 128∼191석으로, 아사히 조사에서는 152석 정도로 예측됐다.
입헌민주당은 현재 98석을 갖고 있다.
제1야당, 지역기반인 간사이를 넘어 전국 정당화를 목표로 했던 현재 44석의 일본유신회는 NHK조사 28∼45석, 아사히 조사 35석으로 예상돼 세력이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됐다.
연립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한다면 향후 두 가지의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하나는 이시바 총리의 자진사퇴다.
일본언론에서 ‘연립여당의 과반확보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선거 운동 기간 중 정치권에서 제기됐던 예상이다.
선거 결과가 나온 이후 하루, 이틀 사이에 이시바 총리의 입장 표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까지도 나온다.
다른 하나는 보수 성향이 강한 일본유신회나 국민민주당을 연립여당으로 끌어들여 정권을 유지해가는 것이다.
실제 이런 작업이 진행된다면 포섭대상은 국민민주당이 될 공산이 크다.
당세가 유신회보다는 약해 자민당의 의도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을 통해 권력을 유지한다고 해도 이시바 정권은 식물 상태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강하다.
한 외교 관계자는 “이시바 총리는 자신이 공언해 온 어젠다를 주장하거나 정책으로 현실화하는 게 어렵게 될 것”이라며 “비자금 파문에 연루돼 이시바 정권 출범 후 홀대를 받은 옛 아베파 출신 의원들이 많이 당선된다면 예전처럼 이들이 득세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조기에 본격화될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결선투표까지가며 겨뤘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보상과 당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을 지원했던 아소 다로(麻生太郞) 최고고문이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선거운동 기간 중 후보자들의 지원 유세 요청이 쇄도해 당 집행부를 능가하는 인기를 누렸다.
이 중에는 비자금 파문에 연루돼 자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도 있다.
이런 활동에는 자민당 내 자신의 기반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아소 최고고문이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에게 “이시바 총리가 1년 안에 물러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차기를 준비하라고 권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요미우리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총선 결과에 따라 ‘반이시바’ 움직임을 이끌 것이란 관측도 있다”고 짚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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