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분담금·북핵 협상·통상 압력 등 예고 무자비한 미 우선주의 정책 대책 마련 시급
트럼프가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외교적으로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그는 지난 11월 6일 선거에서 박빙이라는 예측을 뒤엎고 대통령직과 의회를 강력하게 장악한 인물이다. 그만큼 앞으로 4년 동안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을 무자비하게 밀어붙이게 된다. 여기에 대한 대책은 한마디로 지피지기,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어려움이 없다는 외교 원칙이다. | 최영진 전 주미대사 | 바이든 정부는 외교적으로 전통적인 입장을 지키고자 하였다. 우리나라와도 미군 주둔 분담금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반대다.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에 유리하면 전통이나 원칙을 모두 버리고 무엇이든 추구하겠다는 정책이다. 우선 나만 살고 보자는 입장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세력을 얻고 있는 극우주의와 맥을 같이한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모두 중산층이 줄어들고 빈부 격차가 날로 심해지는 심각한 상황에 빠져 있다. 문제의 근원은 내부의 비즈니스-의회-행정부가 합친 집단주의 이기심 때문인데 외국의 정책이나 이민자 문제 등 외부를 탓하는 것으로 때우고 있다. 트럼프 정책의 핵심이다. 트럼프는 미국 정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친유대 입장 때문에 이스라엘 편을 앞장서서 지지하면서 중동 문제를 이끌고 가게 된다. 머지않아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가자 지구의 하마스 조직이 더욱 궤멸되면 전쟁 자체는 우선 끝나게 된다. (그러나 이 지역은 여전히 반이스라엘 세력이 지배하게 될 것이므로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되기 힘들다.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끊으면 전쟁은 종식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이 정책을 구사하면서 미국과 러시아 간의 협상으로 전쟁을 끝내려 할 것이다. 푸틴의 북한군 개입 정책은 협상 이전에 많은 지역을 확보하자는 전략의 일환이다. 트럼프는 이런 전략으로 두 개의 전쟁을 끝내면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것이다. 한국에 대하여 트럼프는 몇 가지 외교적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한·미동맹과 방위비 분담 문제,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미·북협상, 미·중 대결에서 오는 외교 통상 압력이다. 한·미동맹과 방위비 분담문제에서 우리 정부는 적절한 기회에 “우리의 안보가 어려워지면 우리는 핵무장을 고려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이는 방위비 협상에도 좋은 카드가 될 수 있고,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만약 트럼프가 주한 미군을 철수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써야 하는 입장이 되며, 또 대중국 외교에서도 좋은 카드가 된다. 이러한 입장을 밝히고 나서 방위비 협상을 적절히 해결하여 트럼프의 체면을 세워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미·북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평양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노력했던 것처럼 핵을 일부 포기하고 일부 유지하는 방안으로 나올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국 내 자신의 정치적 위치를 고려할 때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트럼프는 북한에 대하여 핵을 포기하고 경제발전을 하자는 협상 전략을 또다시 구사할 수 있다. 이는 핵 포기·경제발전 전략은 결국 김정은 정권의 궤멸을 의미하기 때문에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다. 트럼프가 이를 무시하고 이를 협상 카드로 쓰려고 할 경우 그대로 불필요한 노력을 하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대중 압박 조치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정책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트럼프는 관세조치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러시아처럼 대할 수는 없다. 상호의존성 때문이다. 1980년대까지 미·러시아 교역량은 매년 20억달러 정도였다. 그런데 미·중 교역량은 이제 매일 20억달러 정도에 달한다. 미·중 상호의존성의 기초를 파괴하면 미국 경제도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다. 트럼프는 이 시점에서 거침없이 중국과 타협하게 된다. 우리 정부는 미래를 내다보고 또 상대를 알고 나를 아는 입장에서 전략을 세우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지피지기가 외교전략의 원천이다. 전쟁이나 외교에서 패배하는 경우는 먼저 지피지기 능력에서 실패하기 때문이다. 최영진 전 주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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