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투톱’ 중심의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하면서 이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전영현 부회장은 ‘메모리 중심의 반도체 경쟁력 회복’, 한종희 부회장은 ‘세트 품질 강화’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경쟁력 회복을 위해 베테랑 선배가 나서 직접 팀을 이끌라는 주문이다.
아울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2인 대표이사 체제 복원으로 전반적인 안정도 꾀하겠다는 전략이 보인다.
삼성전자는 27일 임원 인사를 통해 지난 5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자리에 오른 전영현 부회장에게 대표이사와 메모리사업부장,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원장 직책을 추가하며 ‘전영현 체제’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이는 위기에 빠진 반도체 사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업계에선 대표이사가 사업부장을 겸임하는 직할 체제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무엇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사에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실적 부진을 겪는 가운데, 경영역량이 입증된 선임들이 나서 경쟁력 회복을 직접 이끌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과 생활가전(DA) 사업부장인 한종희 부회장은 이번에 신설된 품질혁신위원회 위원장까지 맡는다.
품질혁신위원회는 품질 분야의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하고 점검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지난 7월 발생한 갤럭시 버즈3 프로 모델 리콜 논란과 같은 사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끝나지 않은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에 대처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미래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인사라는 해석이다.
지난 25일 열린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김선희·이인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재용 회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항소심 선고는 내년 2월 3일 내려질 예정으로 반도체를 제외한 조직의 큰 변화는 시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위기론의 정점에 있는 삼성전자 내부에 최상급 인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재계 안팎에서는 연말 사장단 인사를 통해 새로운 인재가 대거 나올 것이란 예상이었으나, 실제로는 기존 임원이 여러 임무를 겸직하거나 퇴임한 올드맨들의 부활이 눈에 띄어서다.
이번 인사에선 2012년 DS부문 경영지원실 기획팀장을 지냈던 김용관 사업지원TF 부사장을 DS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으로 선임했다.
또 지난해 말 퇴임했던 구글 출신 이원진 사장이 1년 만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부사장 이하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DS부문 임원단의 경우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된 상태다.
업계에선 DS 부문 임원 약 400명 가운데 약 100명이 교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향후 단행될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 폭은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며 “물러나는 임원도 많아지고, 신규 발탁 및 보직 변경되는 임원도 다수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