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주민 건강과 복지를 위해 국비와 자체 예산 수십억을 들여 시립무등체육관 내에 지은 공공 실내수영장이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내부 시설이 협소한 데다 운영시간마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로 일반 직장인의 경우 아예 이용조차 할 수 없어 각종 민원이 잇따르는 것은 물론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시는 추가 예산을 투입해 시설을 확충한다는 방침이지만,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광주시와 광주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무등체육관은 시가 총사업비 489억원(시비 359억원·국비 137억원)을 들여 지난해 6월 준공했다. 체육관 내 수영장 시설은 76억원이 투입돼 25m 길이 5개 레인을 갖추고 같은 해 11월 1일 개장했다.
수영장은 광주도시공사가 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근무자는 도시공사 직원 외 안전요원, 용역 직원 등 총 10명이다.
문제는 현재 운영 중인 수영장 내부 부대시설 부족과 낮 시간에만 이용이 가능한 운영시스템이다. 샤워 시설은 26개(남·여 각 13개), 탈의실은 84개(남 30개·여 54개)에 불과하다.
수영장 회원인 A씨는 “이용객이 많은 편도 아닌데 샤워 시설과 라커룸이 부족하다”며 “많은 예산이 들어간 시설인데 수용 인원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B씨는 “다른 수영장을 오래 다니다가 집이 북구 운암동이라 이곳으로 옮겼다”며 “화~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장하는 데 직장인 입장에서는 평일엔 수영장 구경도 못 한다”고 말했다.
수영장 관계자는 “수영장 시설만 놓고 보면 2시간 사용 기준으로 1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부대시설이 부족해 많은 인원을 감당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설 확충도 필요하지만, 새벽이나 저녁 늦게까지 강습반을 운영하려면 근무자를 늘려야 하는데, 현재 인원으로도 인건비 충당조차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회원들 대부분이 고령층이나 유공자 등으로 감면 혜택까지 부여되면서 적자 운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수영장 측이 집계한 결과,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수영장 이용객은 총 4만4,000여명이며, 이 중 월·연간 회원은 1만9,000여명으로 나타났다. 회원들 가운데 절반이 넘는 1만명은 65세 고령층 또는 국가유공자, 가임기 여성, 청소년 등으로 최대 50%까지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10월까지 누적 감면 금액은 총 7,000여만원에 이른다.
운영자인 도시공사 측은 자체 조사한 수지 분석을 통해 연간 3억5,000만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처음 설계 용역에 들어갈 당시 하루 평균 140여명, 연평균 3만3,600여명이 이용할 것으로 추산해 시설을 설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올해 들어 10월까지 이용객이 4만4,000여명인 점을 고려하면 결국 광주시가 애초부터 수요조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제기됐던 민원을 반영해 개·보수 등의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며 “예산이 확정되면 내년 1월 실시설계에 들어가 2~3월 중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시민 박모 씨는 “근본 해결책 없이 시설 확장에만 주력하면 또 혈세만 낭비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처음부터 제대로 지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무등체육관은 지난 9월 부실시공으로 누수와 결로 현상이 발생, 이용객들의 불편을 초래한 바 있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