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영어 AI 교과서 시연 단어 현재진행형 묻자 챗봇 대답 문제풀이 후엔 보충영상 추천도 교사용 화면엔 개별 진도 등 표시 학생 화면 확인 가능해 딴짓 막아 정부 “교사 업무 부담 완화” 강조 2025년 3월 도입… 남은시간 3개월뿐 교사 편차 커… 학부모 설득도 숙제
“‘현재진행형’을 이용해서 상상 속 학교를 소개하는 글을 써본다고 할게요. 학생이 이 단어의 현재진행형이 뭔지 헷갈린다면 ‘챗봇’ 기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 중학교 영어 과목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한 A사 관계자가 ‘학생용’ 화면 한쪽에 있는 학습 챗봇 기능을 클릭하고 ‘fly’(날다) 단어의 현재진행형을 검색하자 ‘flying’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이를 활용해 키보드로 영어 문장을 치는 동안 바로 옆 ‘교사용’ 화면에서도 입력 문장이 실시간으로 보였다. 교사용 화면에선 이밖에 각 학생이 문제를 푸는 데 걸린 시간과 정답률, 부족한 영역 등도 그래프로 바로바로 표시됐다. | 2일 교육부와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사 관계자들이 취재진에게 영어 AI 디지털교과서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 교육부가 내년 3월 전국 초·중·고에 도입하는 AI 디지털교과서가 2일 베일을 벗었다. 교육부는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 영어 AI 디지털교과서 활용 모습을 공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들의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고, 교사를 보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수업 시연에선 AI 디지털교과서가 기존 수업과 달리 어떻게 개별 맞춤형 학습을 실현하는지 볼 수 있었다. A사 관계자가 학생용 화면에 있는 마이크 그림 버튼을 클릭하고 문장을 읽자, AI가 이를 녹음한 뒤 다시 들려주고 발음 등을 수치로 평가했다. A사 관계자는 “서책형(종이) 교과서로 수업할 때는 교사가 개별적으로 발음 등을 교정해 주기 어렵지만, AI 디지털교과서는 개별 평가와 교정이 가능하다”며 “다 같이 읽어보자고 할 때 영어에 자신 없는 학생들은 위축돼 안 읽기도 하는데 부담 없이 학습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 역할을 맡은 관계자가 문제를 풀자 AI는 정답률과 문제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수치로 정리하고, 학생에게 부족한 영역을 보충할 수 있는 동영상 콘텐츠 등을 추천했다. 저마다 수준에 따라 다른 문제와 콘텐츠가 추천돼 수업에서 이해를 잘 못한 학생도 집에서 동영상 등을 통해 수업 보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교사용 화면에는 전체 학생의 학습 수준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고, 이런 정보를 토대로 학생에 따라 다른 숙제를 낼 수도 있다. A사 관계자는 “똑같이 60점을 받은 학생이어도 한 학생은 문법이 약하고 또 다른 학생은 어휘가 부족한 식으로 보충해야 하는 영역이 다를 수 있다”며 “AI가 이런 평가를 해줘 모든 학생이 더 쉽게 학습 목표에 도달할 수 있고, 교사의 수업 설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디지털기기로 딴짓을 하지 못하도록 강제로 특정 페이지로 이동시키거나 교사가 설명하는 동안 디지털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기능도 있었다. 교육부는 이날 이런 기능들이 ‘보조교사’ 역할을 해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AI가 학생의 수준 등을 진단하더라도 이를 종합하고 학생에게 구체적인 피드백 등을 주는 것은 교사의 역할인 만큼 오히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업무 부담을 더 느끼는 교사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사는 기존과 다르게 수업을 설계해야 하는 데다가, 수업 시간 내에 각 학생이 받은 AI의 학습 평가를 확인하고 학생별로 숙제를 내주는 등 기존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역할에도 적응해야 한다. 서울의 한 중학교 수학 교사는 “예전엔 그냥 문제 풀라고 하고 진도를 나갔다면 AI 디지털교과서는 이 문제를 이해하고 푼 학생이 몇 명인지 등이 눈에 보이게 되는 것”이라며 “이런 결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효과가 높아지지만 못 본 척 넘어가는 교사도 있을 수 있다. 교사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사전에 연수받은 선도교사들을 통해 AI 디지털교과서가 현장에 안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실제 교사들이 얼마나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고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신학기까지 남은 시간은 3개월뿐인 데다가 교사마다 디지털기기 활용 능력 등에 편차가 커 한동안은 혼란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해력 저하와 디지털 기기 과몰입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을 어떻게 설득할지도 숙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들이 빨리 적응해 효율적으로 AI 디지털교과서를 쓸 수 있도록 연수 등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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