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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업이 시들면 투자자는 떠난다

한국 자본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해 초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개선책을 내놓을 때마다 시장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추락하고 있어 과연 효율적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초기부터 거론되었던 상속세와 금융투자소득세 등 세제 개편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주가가 하락하자 투자자들이 실망하였고, 이를 달래기 위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상법 개정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치트 키인 듯 주장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정책 당국의 방향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하도록 상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은 몇몇 기업의 분할·합병 시 소액주주가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불만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하면 분할·합병은 물론 이사회의 모든 결정 사항에 적용될 수밖에 없어 이사의 책임 범위가 한없이 넓어지게 된다.
상법상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 사항은 100여 개에 달하며, 분할·합병은 그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주총회에서 다수결로 통과한 안건이라도 불만을 가진 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이사는 어떠한 결정도 할 수 없게 되어 경영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사 책임을 면제하려면 총주주의 동의가 필요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누가 이사를 하려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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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또한 상법상 이사회 내 위원회인 감사위원회는 이사 자격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이사가 아닌 후보 중에서 3%룰을 적용해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면 당연히 이사가 된다.
학계에서는 의결권이 제한된 상태에서 선출된 감사위원에게 회사의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이사 자격을 동일하게 인정하는 것은 체계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집중투표제도 미국은 1950년대에, 일본은 1974년에 회사 자율에 맡기도록 개정하여 부작용이 크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가 결합한다면 악의적인 펀드 등에서 추천하는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하기가 훨씬 수월해져 기업 경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적극적인 신사업 진출이나 거액을 투자해야 하는 사업에 소극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어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최근 개인들이 미국 주식에 투자한 금액이 1013억달러(약 140조원)를 기록했고, 특히 2년 새 600억달러나 늘었다고 한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금이 유입되도록 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빠져나가는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우려를 넘어 절망적인 수준이다.

분할·합병 등에서 발생하는 소액주주 소외 문제를 해결하려고 기본법인 상법을 개정한다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자본시장법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규정을 넣으면 될 문제다.
달콤한 꿀을 먹고사는 꿀벌은 꽃이 없거나 시들면 꽃이 많은 곳을 찾아가기 마련이다.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을 버리고 미국으로 가는 것은 먹을 꿀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이것은 당연히 이치다.
기업은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기업이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도록 해야 투자자들도 찾아오고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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