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서 1979년 말부터 진행된 계엄 상황에 대해서 공부했는데 2024년에 다시 계엄이 전개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 | 우리나라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스톡홀름(스웨덴)=뉴스1 |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한강은 이날 첫 질문으로 최근 국내 비상계엄 사태 관련 생각을 묻는 취재진에게 “2024년 겨울의 상황이 (43년 전과)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돼서 모두가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멈추려고 애를 쓰셨던 분들도 보았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려고 하는 모습도 보았고, 총을 들고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서 버텨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았다”고 했다. 이어 “젊은 경찰분들, 군인 분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며 “아마 많은 분이 느끼셨을 것 같은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판단하려고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또 “그런(계엄) 명령을 내린 사람들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 가치의 관점에서 보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 행위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강은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이 거울에 비치고 있다. 스톡홀름=연합뉴스 | 한강은 이날 10대 청소년 유해도서 지정 논란이 일었던 ‘채식주의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 책의 운명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소설에 유해도서라는 낙인을 찍고, 도서관에서 폐기하는 것이 책을 쓴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채식주의자’는 2019년 스페인에서 고등학생들이 주는 상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스페인의) 고등학교 문학 도서 선생님들이 추천 도서 목록을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읽히고. 학생들이 오랜 시간 토론해서 그 책이 선정됐다”고 부연했다. 이어 작가는 문학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견해를 설명했다. 그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철저히 오해받고 혐오받고 욕망의 대상이 되는, 완벽한 객체로서 다뤄지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을 통해 공존하는 법을 배운다고 생각한다”며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열려있는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인문학의 토양인 도서관에서 검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10월10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 한림원은 그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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