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은 인보사 성분 허위표시 혐의로 기소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이우석 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등 관계자들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징역 10년, 벌금 5천억 원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2020년 기소 이후 약 4년 10개월 만에 나온 이번 판결은 국내 바이오산업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열었다.
인보사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다. 코오롱은 미국의 연구개발 법인을 설립하고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개발을 진행했다. 이웅열 회장은 세 명의 자녀를 둔 상황에서 인보사를 "넷째 아들"이라 부를 만큼 각별한 애정을 쏟았으며, 수천억 원의 개발비를 투자했다.
인보사는 기존 치료제들과는 차별화된 혁신적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관절강에 주사하면 손상된 연골이 재생되도록 설계되었으며, 특히 한 번의 투여로 1년 이상 효과가 지속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두 개의 바이알로 구성된 이 치료제는 첫 번째 바이알에는 연골세포를, 두 번째 바이알에는 연골 성장을 촉진하는 형질전환 세포를 포함하도록 설계되었다.
개발 과정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인보사는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기존 치료제들이 지속적인 투여가 필요했던 것과 달리, 단 한 번의 투여로 장기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치료제로 평가받았다. 비록 600~700만원이라는 고가였지만, 치료 효과와 편의성 측면에서 획기적인 진전으로 여겨졌다.
2019년, 미국 FDA 승인을 위한 검토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2번 바이알의 성분이 당초 보고된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로 확인된 것이다. 이는 미국 진출을 위한 상세 분석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를 즉시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자진신고했다. 식약처는 성분 오류가 확인된 즉시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당시 이미 3,700여 명의 환자가 인보사 투여를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식약처는 환자 안전을 우선 고려한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식약처는 투여받은 환자들에 대한 장기 추적 관찰을 시작했다.
검찰은 코오롱 측이 성분 차이를 알면서도 고의로 은폐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약 160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혐의였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고의성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모두 법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과학기술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바이오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판결로 평가받고 있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다소 무리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기계적이고 과도한 사법적 판단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바이오산업 관련 수사에 있어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보사는 미국에서 FDA 승인을 위한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미국 FDA는 코오롱 측의 성분 정정을 수용하여 임상시험을 허가했으며, 이미 1상과 2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3상 환자 투약까지 완료된 상태로, 효과 판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품목허가 취소 처분이 유지되어 판매가 불가능한 상태다. 코오롱은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현재는 국내 시장 재진입을 포기하고 미국 시장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바이오산업에서 혁신과 안전성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식약처의 엄격한 규제가 환자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면, FDA의 유연한 접근은 혁신적 치료제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안전성 확보와 혁신 지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특히 신약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응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인보사 사례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국내 규제와 글로벌 스탠다드 간의 격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또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
인보사 무죄 판결은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국내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심과 3심이 남아있는 만큼 최종 판결을 지켜봐야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제기된 다양한 쟁점들은 앞으로 바이오산업 발전의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특히 과학기술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범위, 규제기관의 역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지원 등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동혁 기자 do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