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 후 더욱 거세진 탄핵 정국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삭감된 초급간부 처우개선 예산 문제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란 일련의 혼란스러운 사태를 보면서 소외감을 느끼고 사기 저하가 우려되는 집단은 군 초급간부란 판단이다. 평소엔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상태에서 필요하면 ‘부려먹는’ 군 초급간부들이 대거 전역하는 등 핵심전력에서 이탈하고 있는 데다 지원자는 대폭 줄어 국방의 초석이 무너질 위기다. 따라서 2025년 정부예산에서 삭감된 초급간부 처우개선 예산만큼은 책임 있는 제1야당이 복원하도록 앞장서야 한다. 군 초급간부를 위한 획기적 처우개선이 시급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병 의무복무 기간이 대폭 단축되고 ‘선심’ 쓰듯 한 높은 병사 봉급 인상으로 초급간부 봉급과의 격차가 현저히 줄어든 것을 핵심 이유로 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사기가 저하된 초급간부들은 사회에 일찍 진출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균형적 숙고 없이 병 의무복무 기간을 급격히 줄이고 병사 봉급의 가파른 인상을 고민 없이 추진한 정책이 문제를 더 키웠다. 첨단과학화되는 유무인 복합체계 등 무기·장비의 운용과 ‘국방전비태세’ 완비를 위하여 우수 초급간부 자원 확보가 더욱 필요한데 지원율 자체가 수년째 회복이 안 되어 심히 우려스럽다. |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 나아가 열악한 독신자 주거시설(BOQ) 등 복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은 초급간부 사기 저하와 지원 감소를 초래했다. 더는 애국심에 호소해 접근할 일이 아니다. 특히 군 무기체계 특성상 간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고 해상 및 수중 근무 등 근무 강도가 매우 높은 해군의 경우 초급간부 인력 충원 문제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들은 근무 특성상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비좁은 폐쇄 공간에서 복무하는데 그들의 ‘헌신’과 ‘희생’에 대한 대우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한 예로 잠수함 승조원 가운데 숙련도가 높은 수준에 올라온 10년 차 이상 엘리트 초급간부의 경우 월 50만원 수준의 지원금을 받는데 ‘생명수당’으론 너무 소액이다. 사정이 그러니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해군에서 잠수함 승조원으로 양성된 인원 750명 가운데 421명이 군복을 벗었다. 이처럼 고도의 숙련도가 축적될 즈음 절반 이상의 초급간부들이 군을 떠나는 실정이다. 공백을 메울 양성 인원 역시 매년 줄고 있어 가히 안보의 위기라 할만하다. 육해공군 모두 초급간부의 열악한 복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납득할 만한 수준의 경제적 보상과 가족들의 복지까지 고려한 범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휴전선 너머 지금 적대적 ‘두 국가론’ 굳히기에 나선 북한은 120만 대병력을 앞세워 핵미사일 전력 고도화는 물론 지상군전력의 70%를 평양∼원산 이남에 배치하여 선제기습공격을 감행할 태세다. ‘창끝 전투력’ 중추인 초급간부 충원을 위한 제대로 된 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 차제에 병 복무 기간 단축으로 최전선 야전부대조차 신병 중심 부대로 재편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숙련도 높은 핵심 전투력인 초급간부들이 높은 사기 속에서 본연의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획기적 처우개선을 재차 촉구한다. 향후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종합적인 대책 수립과 함께 적정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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