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단시간 만에 끝났지만, 이 소식은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키며 그의 정치적 오판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숙고하게 했다. 이번 사태는 윤 대통령의 불안정한 위치를 더욱 악화시켰다. 또한 어떤 지도자든 그 위상과 상관없이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처럼 종종 가장 심각한 오류는 광범위하고 더 중요한 문제를 희생시키며 개인적인 이익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데서 비롯된다.
감정적이고 이기적인 접근 방식으로 유명한 지도자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있다. 그는 첫 임기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개인적으로 외교에 나섰으나, 결국 실패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종북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며) 보수적이며 민족주의적인 전술을 앞세웠으나 역효과를 냈다. 이는 권력을 가진 이들이 좁고 편협한 관점으로 국가 의사결정을 할 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한다.
지정학적 상황을 한층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맞서 러시아에 군을 파병했다는 소식이다. 이러한 대담한 움직임은 국제관계에 있어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동북아시아에서 동맹의 변화, 권력 역학의 재조정을 예고한 것이다. 아울러 주요국 관계와 오래된 갈등을 관리함에 있어 국제사회의 심각한 실패를 뜻하기도 한다.
수십년간 중국은 북한의 필수적인 후원자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최근의 제스처는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하는 전략적 전환을 시사한다. 국제사회에서 동맹은 유동적이며, 신의(loyalty) 역시 편의에 따라 결정됨을 상기시켜주는 중요한 사건이다. 또한 이는 동북아시아에서 지역 동맹의 재편성, 힘의 균형을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 등을 시사하는 것으로, 그 함의도 깊다.
패권을 지키고자 하는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는 북한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북한을 자제시킬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이미 난관에 빠진 미·중 관계를 한층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반면 중국이 북한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과거만큼 강력하지 않다. 마치 복잡한 춤처럼 얽혀 있는 지역 내 외교와 권력관계는 눈앞의 즉각적인 국익을 초월하는 ‘비전 있는 리더십’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최대 관심사는 안정이다. 북한의 도발적 행보는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기에, 중국으로선 보다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커지며 한국이 핵무기 개발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게 되는 상황은 미·중의 전략적 이익에 반하기 때문에, 세심한 균형 잡기가 필요하다. 중국은 이러한 격동의 바다를 능숙하게 헤쳐나가야 한다. 특히 의도치 않게 긴장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국 또한 민주주의 보호라는 자화자찬의 깃발 아래 정당화한 대중국 정책을 재평가해야 한다. 현실은 미국에 중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펜타닐 위기를 들 수 있다. 지난 4월 발표된 미 의회 특별위원회의 보고서는 유감스럽게도 미국의 마약 위기를 중국에 전가한 비방 캠페인이었다. 오히려 공동 단속 노력을 방해해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위기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했다. 해당 보고서는 본질적으로 중국과 공산당이 미국을 약화하기 위해 펜타닐을 밀수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고, 이는 19세기 아편전쟁이 중국을 약화시킨 방식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미국 의회의 반중국파 역시 마약 카르텔만큼이나마 펜타닐 사망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 편협한 이기심을 초월해 모두에게 유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만 우리는 이 어둠의 시대에서 벗어나 인류의 진정한 목적을 재발견할 수 있다.
격동의 시기를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역사의 순환적 본질, 성찰적 이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우리를 더 깨달음 있는 조화로운 미래로 인도할 수 있다. 우리는 즉각적 자기 이익을 넘어 더 넓고 포괄적인 비전을 수용해야 한다.
오늘날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변화는 지도자들이 편협한 이해관계를 초월해 보다 총체적인 거버넌스 접근 방식을 수용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국경에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협력, 상호이해가 있어야만 이러한 격동의 시기를 극복하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미래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
일례로 인공지능(AI)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발표한 AI 국가안보 각서를 두고 일각에서는 냉전 시대 문서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타깝게도 중국의 위협으로 인식되는 문제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지어 일부는 미국 내 많은 기관이 중국과의 협력 자체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사고는 ‘자기충족적 예언(a self-fulfilling prophecy)’의 위험을 갖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은 항상 존재할 것이지만, 양국은 다시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동 레이 AB하이우드 컨설턴트 대표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Korea instability should prompt US, China to put aside self-interests’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해 요약한 것입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