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협업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저희에겐 너무나 큰 기회죠.”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컴업 2024’ 현장에서 변문정 소서릭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소서릭스는 스마트 기기가 사용자가 직접적인 명령이나 개입 없이도 알아서 작동하는 '엠비언트 컴퓨팅'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변 COO는 “컴업 행사 이틀간 많은 투자자와 국내 대기업 관계자들이 부스를 찾아 큰 관심을 보여줘, 우리 잠재력을 실현할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했다.
국내 최대 스타트업 축제인 컴업이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개최됐다. 2019년 첫 시작 이후 올해 6번째를 맞은 컴업은 '경계를 초월한 혁신'을 주제로 열렸다. 이번 행사는 45개국에서 약 260개 스타트업이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이중 해외 스타트업이 절반 이상으로 참여 수로만 보면 역대 최대 규모다.
글로벌 행사로 자리 잡은 컴업 현장엔 이틀간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히잡을 두른 중동 스타트업 관계자부터 글로벌 벤처캐피털(VC), 대기업 관계자 등이 국내외 혁신 스타트업의 기술을 보기 위해 한 곳에 모였다. 거대한 전시장 중앙에는 드론이 날아다녔다. 복잡한 사람들 사이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걸어 다니며 관람객과 악수를 하기도 했다.
행사 참여 스타트업의 분야는 AI, 첨단로봇, 헬스케어, 기후테크 등으로 다양했다. 이 가운데 관람객의 관심이 높았던 분야는 AI와 헬스케어였다. 헬스케어의 경우 자사 복지서비스로 이용하기 위해 대기업 관계자들이 많이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두고 있는 VC 관계자는 “AI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로,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력에 높은 관심이 있다”면서 “몇몇 업체와 미팅을 진행했고,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UAE(아랍에미리트), 인도, 일본, 스웨덴 등 국가관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들과 함께 협업해 글로벌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부스를 많이 찾았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글로벌 진출을 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생각해, 해외 스타트업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면서 “특히 중동 진출을 위해 UAE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올해 컴업은 전시 부스 외에도 다채로운 행사로 꾸려졌다. '퓨처 토크'라는 콘퍼런스 프로그램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비기너' 트랙을 신설해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는 별도의 세션을 만들었다. 콘퍼런스마다 40~50명의 관람객이 모였고, 강연자와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도 보였다. 이외에도 IR 피칭, 글로벌 커뮤니티 네트워킹 등의 행사가 동시에 진행됐다.
컴업에서는 지난 6년간 2334건의 투자가 성사되면서 1681억원의 누적 투자 유치액을 기록했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해외 스타트업이 대규모로 참가하는 등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로 도약한 만큼 더 큰 성과를 이끌어 냈을 것으로 주최 측은 보고 있다. 올해 컴업의 비즈니스 매칭 플랫폼 ‘온 더 컴업’은 온·오프라인에 걸쳐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이으며 총 1900여건의 비즈니스 매칭 수를 달성했다. 이는 전년도 기록을 두 배가량 상회한 것이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은 국가 발전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형성하는 혁신의 촉매제"라며 "앞으로 한국이 글로벌 창업생태계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