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덤핑, 인니는 국내기업 인수…'경쟁악화' 위기의 제지 산업

국내 제지 산업이 위기다.
불경기,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이어 해외 업체와의 경쟁까지 치열해지며 지난 3분기 적자로 돌아선 기업이 한 두 곳이 아니다.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 속에서 업계는 허리띠 조이기에 나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아세아제지 등 국내 골판지원지 업계가 일본 제지업체인 다이오제지와 오지제지를 상대로 반덤핑 제소에 나선다.

아세아제지, 태림페이퍼, 고려제지 등 국내 골판지원지 업체들은 이르면 이달 안에, 늦어도 내년 초에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일본 제지업체인 다이오제지와 오지제지를 상대로 반덤핑 제소를 하기로 했다.

다이오제지와 오지제지가 자국 판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다른 나라에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덤핑에 해당한다고 제지업계는 보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기 침체로 소비가 줄자, 한국을 공략하기 시작해 이제는 국산 원지 업계를 위협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올해 인도네시아 거대 제지회사 APP가 국내 위생용지 제조사 모나리자와 쌍용C&B를 인수하며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아직 APP가 모나리자를 어떤 식으로 경영하겠다는 방침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내년부터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이달 한국제지연합회는 공정위에 '기업결합 승인에 대한 이의 신청 및 부당경쟁 방지 요청'이란 공문을 발송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후 지난달 APP의 모나리자와 쌍용C&B 대주주 MSS홀딩스 매입을 승인했다.
연합회는 불공정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승인 재고를 요청한 것이다.
APP는 아시아 최대의 펄프·종이 생산업체로 글로벌 시장에서 저가 공세로 시장을 확장해 왔다.

해외 업체의 공격적인 시장 진입에 업계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디지털 전환으로 종이 수요는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중소 제지업체의 경우 문을 닫는 곳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위생용지(휴지, 미용티슈 등) 원단 1위 업체인 유한킴벌리는 올해 희망퇴직을 받기도 했다.
적자로 돌아선 기업도 상당수다.
한솔제지와 무림SP, 깨끗한나라, 태림포장 등은 3분기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높아진 긴장감 속에서 각 업체는 재무 안정성 강화 등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한솔제지는 신임 대표이사로 한경록 부사장을 임명했다.
한 신임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 카네기멜론대 금융공학 석사를 마치고 외국계 금융사, 한국투자공사 등 주로 글로벌 금융·투자 이력을 쌓은 재무 전문가다.
그는 수익성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깨끗한나라는 이동열 전무를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체질 개선을 통해 제지업계 불황을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신임대표는 약 22년간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에서 회계와 금융 담당자로 근무한 재무통이다.
2022년부터 깨끗한나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한 뒤 자금 조달, 투자 전략 등 재무 안정성 강화에 주력했다.
이번 인사는 체질 개선을 통해 실적 부진을 개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원자재와 해상운임 상승과 함께 불경기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 속에서 본격적인 해외 업체의 공세가 시작되면서 국내 산업은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내년에도 각 업체의 희망퇴직이 이어지는 등 업계 전체에 찬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