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자사 혈액제제인 ‘알리글로’를 앞세워 미국서 고속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3대 처방급여관리업체(PBM)와 계약을 완료한 데 이어, 성장 폭을 가를 핵심 요인인 혈액원 인수 작업까지 완료했다. 내년 알리글로 매출액은 올해를 크게 상회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알리글로는 지난 3분기에 매출액 306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매출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추정된다. 녹십자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 결핍증으로도 불리는 일차 면역결핍증에 사용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다. 지난 8월부터 미국서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됐다. 현재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13조원 규모(MRB 2022년 기준)로 알려져 있다. 인구노령화에 따른 자가면역질환 증가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공급량은 부족해 ‘기회의 땅’으로 꼽힌다. 녹십자는 앞서 6곳의 PBM의약품구매대행사(GPO), 11곳의 전문약국(SP)과 각각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미국 내 3대 PBM인 시그나 헬스케어, 유나이티드헬스 그룹 익스프레스 스크립츠 등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사보험 가입자 중 80%를 확보했다. 이 중 시그나는 PID(선천성 면역 결핍증) 환자가 두 가지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는 상태일 경우 알리글로 우선 처방을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미국 내 혈액원인 ‘ABO 홀딩스’의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이번 인수로 향후 알리글로 원료 공급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차단했다. ABO 홀딩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회사로 뉴저지, 유타, 캘리포니아 등 3개 지역에 혈액원 6곳을 운영하고 있다. 텍사스주에 혈액원 2곳을 추가 건설 중이며, 완공이 되는 오는 2026년부터 총 8곳의 혈액원이 가동될 예정이다. 알리글로는 향후 녹십자의 미국향 혈액제제 사업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녹십자 미국 혈액제제 매출은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4700만 달러(약 675억원)를 기록했다. 올 하반기에는 월별 변동성이 컸으나, 내년부턴 매월 균등한 출하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가에선 알리글로의 내년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알리그로가 내년에 1746억원의 매출을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녹십자가 내놓은 자체 매출 목표치(1500억원)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녹십자는 2033년까지 알리글로로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상태다.
아주경제=한영훈 기자 han@aju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