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안 모 아파트 대표회의 구성, 특정인이 ‘기획·지시’ 파문

입주 전 사전점검에서 5만건이 넘는 하자가 접수돼 논란이 됐던 전남 무안군 일로읍 소재 A 아파트 입주민이 "지난 10월 선거관리위원과 동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A 아파트는 지난 10월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을 위한 선거관리위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3명 모집에 3명 접수 시 모집을 완료한다는 조항을 기재해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한 입주민이 이의를 제기하며 무안군 최초로 지난 12일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개최하고, 기존 선거관리위원 이외에 위원을 추가 모집하고 모집인원을 초과할 경우 공개 추첨으로 위원을 구성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이런 일련의 사태가 벌어진 A 아파트 입주민 B씨가 지난 19일 오전 선관위 구성부터 동대표 선출까지 모든 과정을 특정 인물 K 씨가 사전에 기획하고 지시해왔다고 주장했다.

B씨는 “K 씨가 선관위나 동대표 후보로 직접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비선 실세처럼 모든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비대위를 이용해 아파트 전체를 움직였다”고 밝혔다.

그는 “K 씨가 입주민의 하자보수 문제에 잘 대응하며 입주민들의 신뢰를 얻었다“며 “군수 면담 요청, 군청 앞 시위 개최, 청소차 기증 유치, 건설사 공문 업무 등의 실질적 성과를 내놓으며 입주민들 사이에서 리더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시점부터 비대위가 두 달간 이어져 온 하자 대응 논의 대신, 선거관리위원과 동대표 선출 등 논의로 업무가 절반 이상 넘어갔다”며 “비대위 방향성이 하자 문제 대응에서 정치적 활동으로 변질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K 씨가 동대표 선출 과정에서 사전 선거운동을 지시하고, 심지어 일부 후보들에게 허위 경력을 이력에 추가하도록 제안하며 문서를 조작했다”면서 “자신 또한 허위 경력을 쓰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또 “비대위 단톡방과 하자 대응 방을 댓글부대처럼 운영했다”면서 “단톡방을 통해 입에 협의나 비대위에 비판적인 입주민들을 견제하거나 압박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밝혔다.

K 씨는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의 녹취록에는 2년 뒤 지방선거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해당 지역구 군의원들을 이용해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밝히는 발언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끝으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다수의 녹취록 파일과 문서를 증거로 제출하겠다”며 “모든 과정에서 발생한 공정성 문제와 특정 입주민의 개입 의혹을 상세하게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지난 19일 입주민이 동대표 선출에 불법 선거가 이뤄졌다는 민원을 제기해 A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동대표 선거와 관련한 모든 서류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며 “관련 서류가 도착하면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경제 취재진은 해당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K 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고, 문자 메시지까지 남겼지만 아무런 회신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