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향후 미국의 제조업과 관세, 무역 의제를 이끌어갈 '피터 나바로'에 눈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고문으로 지명한 나바로는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을 역임했다. 강경한 보호무역주의자로,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관계에서 강력한 관세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며 이에 따라 트럼프 1기 행정부서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 등 무역 전쟁을 진두지휘했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은 당시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무역 위축으로 3조9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더욱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우리 기업들이 또다시 고래 싸움에 낀 새우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바로가 주도할 무역, 관세 정책을 주목하는 이유다.
트럼프가 지난달 4일 그를 임명하면서 올린 글을 보면, 나바로에 대한 트럼프의 신뢰를 가늠할 수 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내 첫 임기 때 '미국 제품을 구매하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두 가지 신성한 원칙을 집행하는데 있어서 피터보다 더 효과적이거나 끈질긴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불공정한 무역 협정을 재협상하는 데 도움을 줬고 모든 관세 및 무역 관련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했다"면서 "그의 임무는 제조업과 관세, 무역 의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나바로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미국의 이익 추구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무역 환경에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트럼프가 대중무역 관세를 60%까지 높이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관세 신봉자'이자 '트럼프의 충성파'로 불리는 나바로는 '무역수지 균형'을 내세우며 이를 충실히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중국 제품을 대체할 기회를 얻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도 하지만, 미국이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중국 외 다른 국가에도 관세 부과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중국까지 소재 수출 금지와 대미 관세 폭탄 등의 반격에 나설 수 있어 자동차, 철강, 가전 등 우리 수출 산업 전반에 피해가 예상된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