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타트업·중소기업에 대한 투자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분야에 투자가 몰렸지만 게임, 마케팅, 금융 등 분야는 투자가 급감했다.
8일 더브이씨가 발간한 '2024년 한국 스타트업 투자 통계'를 보면 지난해 AI 스타트업·중소기업 대상 투자금액은 9666억원으로 전년(6881억원)보다 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투자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주요 벤처캐피털(VC)의 투자금이 AI 기업에 쏠린 영향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엔터프라이즈·보안 AI 스타트업·중소기업 투자가 4279억원으로 전체 AI 투자의 절반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또 바이오·의료·헬스케어(2216억원) 와 모빌리티(1072억원) 등의 AI 기술에도 투자금이 몰렸다.
반면 AI 외 분야 대부분은 투자가 급감했다. 마케팅과 게임의 경우 지난해 투자금이 전년 대비 99%, 98% 각각 감소하며 가장 투자가 위축된 분야로 뽑혔다. 그다음으로 금융, 반려동물,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순으로 투자가 많이 감소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지난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상 전체 투자 금액은 전년 대비 19.7% 감소한 6조883억원, 투자 건수는 27.3% 줄어든 1336건이다. 2023년 당시 투자금이 50.5% 급감했던 것과 비교해 감소 폭은 둔화했으나 2021년 이후 3년 연속 투자금 감소세가 이어졌다.
특히 2022년부터 이어진 고금리 여파와 국내외 경기 둔화 등으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초기 투자 침체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초기 라운드(시드~시리즈A) 투자 건수는 전년보다 30%가량 감소한 1067건, 투자 금액은 약 25% 줄어든 2조1845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시리즈B 투자 건수는 150건, 시리즈C는 65건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고, 시리즈D는 9건에서 12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액수도 1060억원에서 4271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벤처 업계 관계자는 “AI 관련 스타트업이 국내외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투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도 관련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AI 업종 내에서도 옥석을 가려내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