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불황 여파로 광주·전남지역 주택(아파트) 악성 미분양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몇 년 사이 전남 영광군에 1군 건설사들이 속속 입점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남 22개 시·군 중에서도 인구 등 규모가 작은 쪽에 속하는 군 단위임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분양률까지 높아 더욱 주목받고 있다.
10일 영광군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이후 금호어울림(금호건설)과 현대힐스테이트(현대건설)등 2곳의 전국구 1군 아파트들이 잇따라 들어섰다. 영광군 내 1군 아파트 입점은 지역 내 아파트 건설이 본격화된 1990년대 이후(당시 금호건설서 100세대 이하 아파트 건립) 사실상 처음이다.
경기침체라는 악재 속에서도 두 곳의 분양 성적표는 훌륭하다. 지난 2021년 12월 준공된 금호어울림은 총 5개 동 278세대 규모로 100% 분양률을 기록하며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 입주가 시작된 493세대 규모 현대힐스테이트도 현재까지 60~70%의 분양률을 기록 중이다. 건설업계에선 수익 마지노선 구간을 '분양률 60%'로 보고 있는 만큼 선방했단 분위기다. 전용면적 약 84㎡(30평형대) 기준 매매가는 두 곳 평균 3억3,000만~3억8,000만원에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광군이 소규모 도시란 점을 고려하면 결코 만만한 분양가가 아님에도, 꽤 원활하게 판매가 이뤄진 셈이다. 인근 대도시인 광주와 비교하면 세대수 등 규모적 측면에선 다소 적게 보여 이 두 아파트 분양률이 평가 절하될 수 있다. 일각에선 건설사들이 건설경기 악화 타개책으로 도심 외곽지대로의 확장추세와 맞물린 단순한 현상 정도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감안하더라도 5만2,000여명에 불과한 영광군으로의 1군 아파트 유입, 그리고 높은 분양률은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면 결코 건설사들의 관심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악성 미분양 등 대외 악재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실제 최근 국토부가 발표한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 자료를 보면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적으로 1만8,644호로 4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남지역은 같은 기간 준공 후 악성 미분양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2,452호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1,212호)과 비교하면 무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영광군 1군 아파트들의 성공적 분양률 기록은 영광지역만의 독특한 특성이 결합한 결과물이란 분석이다. 사실 영광은 칠산바다를 경계로 한 수산업 발달과 더불어 '4白'(쌀 ·소금·누에고치·흰 눈) 도시로 불릴 만큼 농업 비중이 크다. 농업과 수산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가구 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한 가구에서 2~3채 이상 주택을 소유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게 영광군 측 설명이다. 계절마다 활동반경에 변화가 큰 만큼 거주공간 등을 바꿔 가는 것이 주민들 사이에선 일상화돼서다.
1가구 1주택이란 보편적 기준을 적용하면, 영광군 실질 인구 비율은 10만명이 훌쩍 넘는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대형 건설업체 입장에선 영광군의 이러한 특성들이 매력적인 상황이다. 저비용 고효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또 다른 전국구 1군 건설사인 D건설사가 영광군 내 아파트 건설을 추진 중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광군 관계자는 "영광은 단순 인구 숫자로만 보면 작은 소도시로 볼 수 있다"면서도 "워낙 지역 내 생산기반 시설들이 수산업과 농업으로 양분화돼 있다 보니, 거주형태 등도 타 도시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한 가구에서 나온 세대원이 여럿 분산돼 다주택을 소유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1군 아파트는 아니더라도 중소형 브랜드 아파트들도 사실 분양이 잘 되는 편이다"며 "지역특성이 최근 부각되다 보니 전국구 건설사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