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남양중학교에서 만학도 노부부가 어린 졸업생들과 함께 졸업장을 받아 감동을 선사했다.
고흥남양중학교는 송삼수 할아버지(91)와 박정애(87) 할머니가 지난 10일 학교 강당에서 어린 졸업생 3명과 함께 중학교 졸업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가 졸업장을 받기 위해 단상에 오르자, 강당은 따뜻한 감동으로 가득 찼고, 전교생과 교직원 모두가 우렁찬 박수로 두 어르신의 열정과 노력을 축하했다. 자녀와 손주를 포함한 20여명의 가족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어르신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며 이 특별한 순간을 함께 기뻐했다.
이번 졸업식은 노부부가 한국전쟁으로 중단한 학업의 꿈을 70년 만에 이뤄줬다. 4남매를 키우며 바쁜 삶을 살아온 이들 부부는 지난 2022년 다시 시작한 배움의 여정을 3년간의 노력 끝에 졸업이라는 결실을 보았다. 이들의 졸업은 단순한 학업 수료를 넘어 깊은 감동을 전하는 인생의 이정표가 됐다.
작은 학교로 알려진 고흥남양중은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두 어르신의 학습 의욕을 고취했다. 수학 시간에는 논리 퍼즐과 스도쿠로, 영어는 알파벳부터 실생활 표현까지 단계적으로 지도했다.
시 쓰기 프로그램에서는 두 분의 재능이 특히 돋보였다. 송삼수 할아버지는 ‘고목’이란 시에서 “나무가 늙었다고·늙은 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늙은 나무일수록 아름다운 꽃을 이룬다”고 적어 깊은 울림을 전달했다. 박정애 할머니는 뛰어난 암기력으로 전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고, 글쓰기에서는 정성이 담긴 작품으로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송삼수 할아버지는 “어린 학생들과 3년 동안 생활하다 헤어지게 되니 섭섭하고 아쉽다.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우리 부부에게 베푼 사랑과 친절을 평생 잊지 않을 것”이라며 “남양중학교 학생들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훌륭한 인재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어르신은 학업을 넘어 학교 문화 개선에도 큰 역할을 했다. 송삼수 할아버지는 예술적 재능으로, 박정애 할머니는 따뜻한 성품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며 친조부모 같은 존재가 됐다. 이들이 보여준 삶의 지혜와 온화함은 학교 전체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와, 지난 3년간 단 한 건의 학교폭력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중호 교장은 “송삼수·박정애 졸업생이 보여준 배움의 열정과 나눔, 배려, 경로효친의 자세는 학교와 지역사회 전체에 큰 울림이 됐다”며 “두 어르신의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며, 앞으로도 우리에게 깊은 교훈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이준경 기자 lejkg1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