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고급 서비스 제공으로 성황리에 운영되던 임종 체험관에 폭우를 뚫고 낯선 방문객이 들이닥친다.
방문객은 지난 화요일 3회차 임종체험객 중 한 명이 체험 이튿날 자살을 시도했다고 소리쳤다.
안내와 예약을 진행한 미연, 영정 사진 촬영을 담당한 유영, 묘비명과 유서 작성을 도운 가령, 관(棺) 관리와 저승사자를 맡은 승인. 네 명의 구성원은 그날 수상했던 체험객들을 차례차례 떠올린다.
돌이켜보면 수상한 건 체험객뿐만이 아니었다.
네 명 모두 평소 거추장스럽다고 꺼리던 가면을 꼼꼼하게 챙겨 쓰고 헤드 마이크를 통해 변조된 목소리로만 소통했다.
정체를 들키면 안 될 체험객이라도 있는 것처럼.
미연은 화요일 3회차 체험 때 자신을 성추행하고, 돈을 찔러주며 관계 회복을 종용했던 학교 선배 한빛을 한눈에 알아봤다.
한빛은 임종 체험을 마친 다음 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가 실패했을까.
보육원 출신으로 보호자 없이 불안정한 삶을 살아오던 유영은 보육원 동기의 무연고자 장례를 치르도록 도와줬던 기종을 그날 체험객으로 다시 만났다.
유영과 기종은 서로 장례 주관자가 되어주기로 할 만큼 한때 깊은 관계를 맺었지만, 사소한 문제로 균열이 생겨 사이가 완전히 끊어진 터였다.
빌려준 돈을 못 받아내 쪼들려가던 가령은 채무자인 계옥이 그날 임종 체험을 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나도 언니를 난처하게 할 수 있다”는 협박까지. 계옥이 임종 체험관에 온 건 그 때문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언니 때문에 죽을 것 같다던 말에 대한 증명이거나.
화요일 3회차 체험 때 염습 시범을 보이던 승인은 그의 어머니 현숙을 지켜보고 있었다.
치매로 생긴 인지기능 저하 증상으로 주간보호센터에 있어야 할 현숙이 불쑥 임종 체험관에 들어선 것이다.
입관 체험실에서 관을 열었을 때 현숙은 울부짖으며 애원했다.
승인은 센터에 벗어난 현숙이 스스로 죽음을 결심했을 가능성을 따져봤다.
각자의 사정을 헤아려보는 과정에서 임종 체험관의 실체와 운영 목적뿐만 아니라 관장의 정체까지 밝혀진다.
이후 재개발 구역에 포함된 임종 체험관은 혐오시설로 불리며 철거될 운명에 처했다.
임종 체험관은 이제 길이 될 것이었다.
어디로든 갈 수 있고 가야만 하는. 길 끝에 뭐가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마지막 정리를 마치고 나서면서 관장과 네 명의 구성원은 이제 막 세상에서 가장 긴 임종 체험을 마친 듯했다.
어쩐지 이 세상 전체가 거대한 임종 체험관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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