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뿌 뉴스
지역 입니다.
  • 북마크 아이콘

[SCMP 칼럼]트럼프, 우크라 평화 위해 유럽과 합의해야 한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뮌헨 안보회의 첫날인 지난 14일(현지시간) 연설을 마치자 나의 유럽인 동료들은 혼란과 실망, 우려를 표했다.
우크라이나 관련 구체적인 정책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밴스는 민주주의 구축과 언론의 자유 보호, 국방비 증액 등과 관련해 유럽을 가르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나는 뮌헨 영 리더스 프로그램의 참가자로서 이 기간 여러 토론에 참여하며 유럽이 트럼프 행정부와 대서양 관계를 우려하고 있음을 체감했다.
유럽이 '트럼프 충격'의 두 번째 물결에 대비해 왔음에도, 미국의 정책 변화는 여전히 많은 사람을 당혹스럽게 했다.


몇몇 유럽 동료들은 밴스의 연설이 단순히 트럼프의 정치적 지지층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유럽 내 우익 세력을 향한 메시지일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심지어 일부는 미국이 다가올 독일 선거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드러냈다.


유럽의 대미(對美) 인식은 계속 바뀌고 있다.
이는 대서양(북미와 유럽)의 동맹을 중대한 기로에 서게 했다.
미국과 여러 유럽 국가는 여전히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럽은 워싱턴의 신규 정책들이 트럼프 대통령 이후에도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미국 국내 정치와 외교 정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경제적·안보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과거 공유했던 가치에 대한 굳건한 합의를 약화시킬 수 있다.
보다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대서양 동맹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럽은 고유의 이해관계와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워싱턴은 협상 추진, 지원 축소, 유럽의 안보적 책임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모스크바는 지정학적 안보 보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東進) 문제, 최소한 부분적인 제재 완화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의 최우선 과제는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고 국가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지만, 미국이 전략을 재조정함에 따라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할 수도 있다.
한편, 유럽 내부에서도 전쟁을 두고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많은 유럽 지도자는 미·러 간의 협상이 유럽의 이익을 희생시키며 진행될까 우려 중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이 유럽을 안보 측면에서 더욱 결속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볼 때 일부 국가들은 여전히 완전한 자주국방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유럽이 트럼프가 중재한 우크라이나 평화 방안을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갈등이 악화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속 가능한 평화를 이루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미국이 유럽에 평화안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한다면, 워싱턴은 대서양 동맹을 유지하거나 재구성하기 위해 새로운 안보·경제적 공통 기반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일정 수준에서 공통점을 찾고, 유럽 국가들이 유럽의 안보 체제 재구성에 참여한다면, 이 같은 과정은 전쟁의 평화로운 해결에 기여할 수도 있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장기화한 분쟁은 유럽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에도 큰 부담이 된다.
평화로운 해결은 이해관계자 대부분의 이익과 일치할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위기가 언제, 그리고 어떻게 해결될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에는 ▲ 키이우(우크라이나 정부)가 자발적으로 또는 강요받아 감수해야 할 양보의 범위 ▲러시아가 전략적 목표를 달성한 후 추가적인 요구를 할 것인지 여부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달라지는 미국의 입장 등이 포함된다.


평화 협상이 조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가능성은 낮지만 단계별로 실행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유럽, 러시아, 미국을 넘어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 역시 평화적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협상의 기간과 각국 이해관계 조율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불확실성의 근간에는 네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나토 가입 포기와 영토 양도를 요구하는 것은 키이우가 받아들이기에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압박해도 이런 근본적인 차이가 해결될지는 불투명하다.
둘째, 미국의 압박에도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 완전히 보조를 맞출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셋째, 트럼프가 선호하는 정상 간 직접 외교와 거래적 협상은 미국 입장조차 협상 중 바뀔 여지가 많은 방식이다.
넷째, 여러 유럽 국가의 여론은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동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 미국 정책의 변화, 러시아와의 긴장이 유럽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커진다면 유럽 여론이 달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는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협상 흐름을 크게 좌우할 수 있는 요소이다.


해결책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당사국이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협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과 러시아 간 직접 소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이 평화안을 강하게 추진하며 유럽의 양보를 요구할 수도 있지만, 이는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를 소외시키고 대서양 동맹을 분열시킬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협상 과정에서 유럽 국가들, 특히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포함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해결의 주도적 역할을 맡은 만큼, 중재자로서 당사국들의 이익을 균형 있게 조정해야 한다.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에 제시한 과도한 요구를 재검토하고, 협상을 위해 보다 유연한 제안을 내놓아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주된 목표는 영토 회복과 향후 위협에 대한 보장이다.
협상 과정에서 보다 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되 경제 원조와 안보 보장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
유럽 또한 우크라이나에 약속을 지키면서도 대서양 동맹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쑨 청하오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연구원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If Trump wants peace in Ukraine, he must reach a consensus with Europe'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뉴스 스크랩을 하면 자유게시판 또는 정치자유게시판에 게시글이 등록됩니다. 스크랩하기 >

0
추천하기 다른의견 0
|
공유버튼
첨부파일
  • newhub_2025021914433338381_1739943827.jpg
  • 알림 욕설, 상처 줄 수 있는 악플은 삼가주세요.
<html>
에디터
HTML편집
미리보기
짤방 사진  
△ 이전글▽ 다음글